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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답게 투쟁해야한다.

 

철도노동조합 파업의 의미

 

 

 

파업 중지를 알리는 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지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철도 민영화를 획책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맞서 현장에서 일하는 철도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하여 수십일이 지나도록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었으며 국민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던 시점에서 파업을 접기로 했다고 한다. 철도 노동조합은 2013년 12월 30일 18시 23분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파업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더 큰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는 의견들도 있을테고 그 반대로 향후 밀려들 노동법, 민법과 형사법적 탄압에 노동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과 그 가족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 노동조합이 민영화에 맞서는 일이 경영권 간섭이 아니고 귀족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는 더더욱 아니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악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사태, 그리고 국민 전체의 재산인 철도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몸부림임을 강변하며 철도 노동조합을 옹호하던 입장에서는 허탈함마저 생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주인인 철도노동조합의 결정이니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철도 노동조합은 후퇴의 변으로 사회 전체가 이번 문제에 대해 논의의 분위기를 만들었음을 들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노동조건의 악화로 이어질 철도 민영화의 문제를 철도 노동조합을 넘어서는 사회 전체의 고민과 토의 문제로 격상시켰으므로 파업을 접고 그 자신들은 물러서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투쟁 할 때 주위의 도움이 효과를 내는 것

 

 

그렇다면 철도노동조합은 처음부터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어차피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치권의 주의를 끌어 이 문제를 전 사회로 공론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파업은 필요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스스로의 대국민 캠페인과 정치세력과의 연대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노사문제에 있어서 노동조합은 그 주인의 입장에 서있는 강력한 존재다. 주인인 그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멈추게 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와 각오가 서 있을 것이기에 파업은 정당성을 가지는 것이며 온갖 현실적 문제를 감안하면서도 헌법은 제33조를 통해 파업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인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하여 강력한 투쟁을 할 때 사회의 다른 세력들이 연대를 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개선시키며 발전을 이끌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노동조합들은 자신들이 주인으로서 당차게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옆의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마치 학교에서 맞고 들어온 아이가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시 찾아가 자신을 때린 친구를 혼내주는 엄마의 뒤에 숨는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안양지역에는 10개가 넘는 용역회사가 안양시와 계약을 맺어 청소 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안양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소행정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그 비용을 지출한다. 위탁 받아 청소업무를 운영하는 업체는 사기업이므로 당연히 이윤을 남겨야 할 입장에 처해있다.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해져 지출되지만 용역업체는 그대로 지급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윤 등을 제한 후 지급하므로 원래의 임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의 방치는 국민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직무유기다.

 

 

지방자치단체의 회계 업무와 관련한 규정들을 보면 지출 후에 반드시 결산과 정산을 한 후 초과 지출되었거나 다른 용도로 쓰인 사실이 발각되면 회수는 물론 해당 업체에 자격 박탈 등의 엄한 징계를 하도록 되어있으나 안양시와 담당 공무원들은 그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법'은 아니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안양시 청소행정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하여 다각도로 해결방법을 논의했으나 안양시장의 결단 외에는 뾰족한 방벙이 없다는 것이 함께 참여한 분들의 중론이었으며 시설관리공단의 운영 등을 권유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노동조합은 강령과 규약에 의거한 투쟁과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안양시의 예에서 주목할 점은 청소노동을 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며 이 노동조합이 문제의 해결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시청을 찾아다니며 담당 공무원들에게 읍소도 하고 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호소도 하며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기자회견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생존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들이 노동조합이라면 단순하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조합은 생존권의 유지는 물론 개선을 위해 자주적으로 싸우는 조직이며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우리 헌법과 노동조합법은 역설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란 노동하는 사람들의 조직을 말하며 이승만 정권 이후 줄기차게 유지되어온 기업별 노동조합의 형식이 아닌 우리 사회에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독재정권들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기업별로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획책해왔으나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기업마다 각기 다른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전국 민주노동조합 총 연맹(민주노총)은 원래 하나의 노동조합이어야 하는 것임에도 독재 정권들에 의해 산업별 기업별로 쪼개진 것이다.

 

 

 

2013년 안양시 청소행정 개선을 위한 TF팀의 권고사항을 담은 책자

 

 

안양시에는 청소노동을 하는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또한 안양시에는 청소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공무원들의 노동조합도 있다. 이 둘은 갑과 을의 관계지만 모두 민주노총의 가맹조직이므로 하나의 노동조합이며 조합원들이다. 그렇다면 투쟁의 방식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둘은 동지다. 사용자 입장에 있는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은 일단 자신들의 강령인 '공직사회 부패' 해소를 위해 청소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어째서 용역업체들을 비호하는지 조사하여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만약 용역업체에 대한 비호가 시장의 지시라면 공무원 노동조합은 당연히 동지인 청소노동자들과 힘을 합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즉 공무원들의 노동조합과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때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때로는 하나로 뭉쳐 노동조합답게 투쟁하면 되는것이다. 이렇게 쉬운 방식을 놔두고 청소노동자들은 수년째 시청과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가하면 시민단체들을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하소연하는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모습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답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투쟁을 하는 것이 맞으며 그러한 바탕 위에서 다른 조직들이 지원하는 것이 연대인 것이지 그저 나는 이길 수 없는 상대니까 좀 도와달라는, 마치 엄마 치마 뒤에 숨어 다른 아이를 혼내달라는 식의 투쟁은 투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하나다

 

 

자신들이 주인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일상의 조합활동을 강화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간부들과 임원들 그리고 노동조합의 위원장부터 끊임없이 공부하며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강령을 그 목표로 삼아야 하며 규약과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민주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규약도 지키지 않고 강령은 잊은 지 오래인 사람들이 오직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양 눈동자는 한 곳으로 쏠리게 되어 전체를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철도 노동조합의 파업 과정은 이 노동조합에 국한된 모습이 아니라 우리 노동조합들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법이 약자의 편이라 믿고 싶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이란 강자의 편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이 강자가 되지 않으면 절대 승리는 오지 않는다. 정치권 역시 노동조합이 그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 진심으로 함께 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처음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체력을 키워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세월에 세상을 바꾸냐고? 왕도는 없다.

 

 

 

안앙시청을 향해 청소업무의 민간 위탁 폐지를 촉구하는 민주연합노동조합 안양지부의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