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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공익을 위한 희생이 '죄'가 되는 사회

 

중앙일보는 2008.3.7 기사에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 김용철 변호사는 한때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고 대학 선후배 간이라는 세 사람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인연이 김 변호사의 삼성 떡값 의혹 폭로 때문에 악연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주임 검사였고, 김 변호사는 김 후보자의 지휘를 받는 평검사였다면서, 김 변호사가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한 데는 김 후보자가 김 변호사를 천거하고 데려다 썼다는 것이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아무 죄도 없는 두 사람이 김변호사의 폭로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고 오랜 세월의 좋았던 인연이 김변호사 때문에 악연으로 바뀌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짤막한 기사의 내용이지만 이것이 바로 수십년간 이어온 왜곡된 언론의 문제중 하나이다. 범죄의 혐의가 있는 자를 알리게 되면 법적 절차에 의해 혐의 또는 무혐의가 밝혀지게 되는것이고 기소가 되면 결국 법정에서 옳고 그름은 가려지게 된다. 위의 기사에서 보자면, 김변호사로 인해 악연이 시작된것처럼 독자가 받아들일수도 있다. 그러나, 폭로가 아니라 삼성의 범죄혐의 또는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그들 언론이 잘못된것을 바로잡고자 고발성 기사를 쓰게되어 그 당사자와 사이가 나빠진다면 잘못된 일을 한 사람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기사를 쓴 언론이 잘못인가. 범죄혐의자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 그 혐의자와 언론의 기자가 친구사이 였다면 기자때문에 둘의 사이가 나빠지는것인가? 김용철변호사와 두사람의 사이가 악연이 된다면 그것은 어찌보면 세사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삼성이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인 것이다. 언론은 제4의 권력이다.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존재하는 의미는 바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현대에 와서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의 기능이 희미해진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언론은 입법부나 사법부에 못지않은 '견제와 균형'의 장치인 것이다.

 

1980년을 전후해서 쓰레기같은 언론(사실, 언론이라는 이름이 맞는지 의문이지만)들은 기사의 대부분을 할애해서 전두환의 찬양을 해 댔었다.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으로. 요즘 정부부처에 다시 기자실을 만든다고 한다. 기자의 존재이유가 무엇인가. 언론의 가치가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회는, 국가는 언론과 기자들이 맘 놓고 일을 할수 있도록 편의제공 등을 보장해 주는것이다. 특정 이익집단을 위하거나 내편이든 상대편이든간에 옳고 그름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국민에게 씻을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것이다.

 

기자가 되기위해서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소위 '언론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깊이있는 공부를 해야하는것이다. 기자가 된 후에는 권한 못지않게 『무한책임 』이 뒤따를수 밖에 없다. 기자는 수식어 하나 사용함에 있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김용철변호사와 두사람, 즉 세사람간의 인연은 그것이 만약 악연으로 끝나게 된다면... 김변호사의 폭로때문이 아니라, 삼성이 오랜세월 쌓아온 업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