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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우측보행, 그 일사분란함과 삶의 질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행해온 우측보행이 2010년 7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측보행은 지난해 4월 제12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개선계획이 확정․발표된 이후 공항과 철도, 지하철 역사 등 공공이용시설에 주로 시범 운행돼 왔으며 병원과 대형마트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등도 우측보행에 맞게 개선했다는 발표다. 국토해양부 교통안전 복지과 사무관은 “지난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94%가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어쩐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좌측으로 내려갔더니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있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던가보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나름 그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다른 시각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모든 국민의 생활이 보다 편리해지고 안전하게 되는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국토해양부 발표대로 국가경쟁력의 강화 차원에서 그래야 한다니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보니 쉽게 납득이 되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이유는 물론이고 전 국가적으로 홍보를 하고 돈을 들이고 국민의 생활이 바뀌는 이유로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출처 국토해양부>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위의 표를 보듯이 이미 수십 년을 좌측통행이 맞는 것으로 배웠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어린아이들도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 이유 중에 다음과 같이 일제가 정해놓은 좌측통행의 연원을 알리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의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불분명하다.

 

 

 

 

<출처 국토해양부>



 

다음의 그림들을 보면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좌측통행의 폐단을 설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오른손으로 짐을 끌어야 하는 경우 부딪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이 아닌가. 좌측통행을 하면서 반대편에 사람이 오면 짐을 왼손으로 끄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또한 저 정도 크기의 짐이라면 한 손만으로 계속 걷는 경우는 없다. 오른손 왼손 번갈아가며 끌고 가게 되지 않는가. 승용차를 탈 때 조수석의 문을 열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게 되지만 운전석쪽의 문을 열때는 좌측 손이 더 편하다. 오른손잡이라 해서 오른손으로만 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10%의 왼손 사용자는 불편을 그냥 감수해도 된다는 말인가.

 

 

 

<출처 국토해양부>


 

그림에서 공항의 출입문 같은 경우는 알게 모르게 머릿속에 입력된 지시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미리 문쪽을 향해서 가게된다. 공항에서 몇십미터 이상 줄서서 교차하며 문을 통과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회전문의 경우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머리속에 콱 박혀있다. 즉 사람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적응을 한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자신들의 생각과 조사를 통해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는 정부의 그 안이한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몇 월 며칠부터 정부에서 시행을 하기로 하면 모든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바뀌고 움직여야 하는 것인가. 단기를 사용하다가 서기를 사용하기로 결정이 나면 하루아침에 단기는 없어져버리고 수십 년을 이용하던 시내버스의 번호가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림으로 인해 혼란도 혼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 같은 현상을 경험한다.

 

 


 

정부가 하는 것이라면 별생각 없이 모두가 따라야 하는 것인지, 모두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시청 앞에 나와 대~한~민국~ 자자자 짝짝~ 을 외쳐야 하는 것인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우측통행의 경우지만 진정 국민의 의사를 수렴했으며 민주적으로 정부의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 일방적 국민 계도의 지침을 시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본다.

보행을 하는 국민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려는 정부의 세심한 의도가 가상하다.

 

그러나 길을 걷다가 옷깃이 스치기도 하고 어깨가 닿기도 하고(시비가 벌어지면 곤란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 냄새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빨리빨리 병에 걸린 한국사람들이라는 말을 듣는 우리들이 뭐가 그리 급해서 효율적으로 일렬로 걸어야 하는가. 국민들 걷는 방법까지 계도해서 얻게 되는 국가의 경쟁력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좋게 보자면 이해하고 정부의 시책을 따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하고 우선적인 수많은 일들은 제쳐놓은 이 정부가 이런 일에 매달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고 그 방법 역시 전 근대적인 돌격 앞으로 식은 아닌지 되짚어봤으면 한다. 위 사진에서 일렬로 줄지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가?

 

유신독재 시절을 비롯한 군사 반란군들의 집권기에 모든 국민은 오와 열을 맞춰야 했다. 그들이야 군대의 지휘관들이었으니 연병장에 서서 훈시를 듣는 병사들 중 머리 하나가 옆으로 삐져나오는 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독재 시절을 마감하고 민주화 시대를 살고 있다. 때로는 반대로 가는 사람도 있고 무질서해 보이는 행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부딪히면 "죄송합니다" 하면서 동포에게 미소를 한번 지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출처 국토해양부>

 

 

정부는 외국의 예를 보여주면서 우측통행의 정당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합리적이고 온 국민이 한꺼번에 생활습관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에 반대할 필요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만 보자면 전국의 모든 시설에 안내와 홍보를 하고 일정 기간 숙지가 안되어 보행 중 충돌 등의 혼란이 오는 것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바꿔야 하는 것인지는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사안으로 외국의 예를 들면서 홍보를 하는 정부의 정성이라면 우리들이 실제로 피부로 느끼고 생존과 직결되는 아래의 경우들을 홍보하고 개선해서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을 쓰는 것은 어떨까. 2011년의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줄다리기가 보도되고 있다. 몇십 원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도는 현실이다.  

정부는 기업의 입장에서(대통령 당선자가 기업 프렌들리를 외쳐서인지)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8십 몇만 원을 받게 된다. 9십만 원이 안 되는 이 월급때문에 경제가 힘들어진다는 말도 안되는 비 도덕적이고 비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기업주들이 고쳐먹도록 정부가 아래의 예를 들며 홍보를 한다면 이 사회는 한걸음 발전을 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기업주 여러분~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노동자는 공장의 로봇이 아닙니다. 그들이 노동을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될 때 그 이익은 결국 기업주 여러분에게 돌아가고 이 사회 전체가 풍요와 발전, 두 가지를 모두 이루어 사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이런 홍보를 하게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