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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등골브레이커를 아십니까?

 
요즘 청소년들의 행태와 관련해서 등골브레이커란 말이 있다고 한다. 내용인즉 중고등학생들이 수입품인 겨울 점퍼를 입는것이 유행이고 이 옷의 가격대에 따라 아이들끼리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비싼 옷을 입길 원하는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 결국 목적을 달성함으로 인해 20만원 ~ 60만원을 넘는 가격의 옷을 사주는 부모의 등골이 휠수밖에 없다는 신조어다.

 

 

 
과연 그럴까? 이 현상에 대해 보도하는 뉴스나 티비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는 태도를 보이거나 훈계를 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물론 사회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해서 국민들이 생각을 가다듬을 여지를 제공하는것은 언론의 사명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다 보면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이 그 나이에 맞게 밝게 뛰어놀고 가격에 따른 소비보다는 필요에 맞는 상품을 구입하는 안목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이 아니라 가정의 형편에 맞지 않게 비싼 옷을 입는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주제 넘는 옷을 입는것이 문제?

보도 등에서 부자집 아이들이나 재벌의 자손들이 그러한 옷을 입는것을 문제 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부자집에서 60만원 정도는 등골을 빼먹는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 짐작이 된다. 평범한 서민의 가정에서 아이가 몇십만원 하는 점퍼를 입겠다는 것이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일일까? 진정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것이 그 자녀들일까를 고민하지 않을수 없다. 아이들이 한번 구입하면 몇달 입고 버리는 경우보다는 한해 또는 그 이상 입고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될 옷의 구입비 지출이 그렇게도 부모에게 죄를 짓는 일인지 궁금하다.

이 사회는 소위 물신주의가 팽배해진지 이미 오래다. 아파트 평수로 비교하고 남을 무시하는것은 고전적인 이야기 일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남을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것이다. 어른들 역시 등산복을 하나 사 입어도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할것처럼 챙겨 입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 앞에서 돈과 관련한 저속함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티비를 틀어도 남의 등을 쳐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이런것을 재테크라는 희한한 단어를 사용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금융과 관련한 정부의 기관에서조차 일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에 소개하기까지 한다.


물신숭배의 사회구조가 그 근원지

 

 

이런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도 '등골브레이커' 현상의 이면에는 진실이 감춰져 있다. 사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것은 그 자녀들이 아니라 그 부모들이 일하고 정당하게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비열함이다. 노동의 대가를 가지고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그 직업의 유형이 무엇이든 누구나 멋진 외식과 여행, 좋은 옷을 입을 권리가 있는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유행되고 있는 옷의 원래 가치와 그 가격의 진실 등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이를 누릴 권리가 있다. 생존권이란 입에 겨우 풀칠을 하고 다시 내일 입술에 바를 먹거리를 구걸하러 나가는 삶이 아니라 존엄성을 유지하며 사람답게 살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스스로 획득하기도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국가 또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릴 권리 모두를 말한다.

20평 남짓하는 다세대의 전세가격을 2년 만에 4천만원~5천만원 인상해서 그 돈으로 자식들에게 1백만원이 넘는 옷을 사주는 부모와 그들에게 전세금 인상분 수천만원을 올려주느라 자식에게 몇십만원 하는 옷을 사 줄수 없는 부모가 있다면 후자의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 자식들이 옷 사달라고 부모를 조른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부모 등골 빼먹는 자식들이라고 점잖은 목소리로 다그칠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도 사치를 누릴 권리가 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그러나 입이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뱉는 말들과 생각들이 오히려 정상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부모가 10시간 이상을 비바람을 맞으며 험한 일을 해도 겨우 밥먹고 살기 힘든 사회 대한민국. 그나마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구조조정의 1순위가 되어버리게 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들의 자식들은 부모에게 철 없는 아이의 마음으로 몇십만원짜리 옷을 사달라고 한다고 해서 부모 등골을 빼먹는 못된 자식, 정신 없는 녀석들로 치부해버려야 할까? 노동자들이 사치를 누릴수 없는 이유는 개미처럼 일을 해도 그 열매는 누군가가 빼앗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근검의 문제와는 별개다. 왜냐하면 사회의 여론을 수집하고 그것을 가공해서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해줘야 할 언론이 그 본질은 외면한 채 선정적이고 가십적인 뉴스와 기사를 남발하는것은 단순히 하나의 사회현상을 넘어 수 많은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이 줄을 잇는다. 언론은 거기에 추임새를 넣는다. 국민들, 노동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진실을 보는 노력을 해야 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