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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대형마트에 하루 25시간을 허락하라

 

대형마트 즉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마트에 대해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안이 2011 12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날 17 36분에 국회 부의장인 정의화의 진행으로 시작된 이 법률 개정안은 다른 분야의 법률 8건과 함께 일괄 상정되어 20여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제안설명, 심사보고, 반대토론을 거쳐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개정 법률안의 제출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유통질서, 지역경제는 물론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정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아무런 내용도 없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영업시간이 줄어들면 이익이 줄게될 것이라고 엄살을 떤다.

 

 

 

 

개정 제안이유

 

1.     대기업이 지역 상권에 피해를 주는 대규모, 준대규모 점포를 동네에서 운영함으로 인해 시장 등의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현행법률이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2.     편법과 위장전입 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대규모 점포의 입점 논란이 지속되므로

3.     대규모점포에 대해

1)     영업시간 제한

2)     의무휴업일 지정

두 가지 사항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를 통해 법적으로 통제를 함으로써

4.     아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

1)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2)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3)     지역경제의 상생적 발전

 

 

개정 법률은 두 개의 조항을 신설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영업시간에 대한 내용이고 다른 조항은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벌칙조항이다

 

 

개정 내용

 

‘12조의 2’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

    .

1)     시장, 군수, 구청장은

2)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 노동자의 건강권 / 대규모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3)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     대규모점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 준대규모 점포에 대해

5)     영업시간 제한 / 의무휴업을 명령할 수 있다

6)     , 연간 총 매출액 중 농수산물의 비중이 51% 이상인 점포는 제외한다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은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1항부터 3항까지의 내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52 (과태료)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위의 내용에 보듯이 지자체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영업시간을 제한 할 수 도 있고 안할수도 있으며 법을 어기고 영업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과 비교도 되지 않는 금액의 벌칙을 행정벌인 과태 료 부과만 할 수 있다.  이런 있으나 마나 한 법률이지만 그 내용과 의미를 되짚어 볼 이유는 충분히 있다. 이번 개정과 관련된 내용은 이 법률의 목적, 그리고 개정의 대상인 대규모점포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목적 (1)

 

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균형 있는 발전, 소비자 보호,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이 법의 목적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정신과 관련이 있는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법을 통해 그러한 헌법정신인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요원해 보이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확보도 불가능해 보인다.

 

 

대규모점포 (2)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대규모 점포

1.     하나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2 이상의 연접되어 있는 건물 안에 / 하나 또는 여러 개로 나누어 설치되는 매장

2.     상시 운영되어야 함

3.     매장 면접의 합계가 3천제곱미터 이상 (907평이상)

 

  

준대규모점포 (2)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함

1.     대규모점포를 운영하는 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점포

2.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직영하는 점포

3.     위 두 가지(1 2) 형태의 회사, 계열회사가

1)     직접 운영하는 체인점포

2)     가맹점을 모집하여 지도하는 형태인 프랜차이즈점포

 

 

대규모점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이번 개정으로 영업시간을 제한 받는 대상은 대형마트에 한 하고 그마저도 농수산물의 비중이 51% 이상인 곳은 제외다.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별표 1] <개정 2009.10.1>                                                    

  대규모점포의 종류(3조제1항 관련)                                           

   1. 대형마트                                                                  

   2. 전문점                                                                   

   3. 백화점                                                                   

   4. 쇼핑센터                                                                  

   5. 복합쇼핑몰                                                               

   6. 그 밖의 대규모점포                                                       

 


개정은 改正이어야 한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환영의 목소리보다는 여기 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단돈 십원이라도 더 벌길 원하는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그들대로, 밤 늦게 장을 봐야하는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볼멘 소리를 한다. 하루 24시간이지만 고객을 위해서라면 25시간도 봉사를 하겠다는 기업의 정신은 여기 저기의 상호와 간판에도 나타나는 현실에서 시간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기업의 입장을 이해 못할바도 아니다.

법률은 헌법의 정신인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이루어 국가 전체의 고른 발전을 위하는 방향으로 계속 고쳐져야 한다. 바꾼다고 해서 개정이 아니라 바르게 고쳐져야 개정인 것이다. 원래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인 밤 12시에 문을 닫도록 법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과 그것을 생색내는 입법기관의 구성원들, 그런 법률의 개정에 죽는 시늉을 하는 기업의 모습 이 모든 일들이 우습고 슬픈 우리사회의 현주소다.

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어쩌면 한 시간이라도 더 일을 해서 연장근무수당 등을 받아야 생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장 연장근무가 줄어들면 수입도 줄어 가계의 지출비를 줄일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늦은 시간에 퇴근 한 후 장을 보기 위해서는 심야에 영업을 하는 대형마트가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심야영업을 규제함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것이다. 일단 이 법의 실효성 문제는 차치하고 한 분야의 변화가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노동자, 노동자는 하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펴 보면 그 수요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일단 불편이 느껴질 수 있다. 가장의 취업으로도 먹고 살기 힘든 우리 현실에서 부부가 모두 일터로 나가야만 겨우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것이 보편적인 모습이 되었다. 자녀 역시 학비 등을 위해 아르바이트 등의 노동을 해야만 자신의 삶을 지켜나갈수 있기도 하다. 평일의 낮에 장을 본다는 것이 이제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님을 열악한 현실은 말해주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하루 8시간과 1주 40시간, 그리고 1주일에 12시간 이내의 연장노동(본인의 동의하에)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대로 현장에서의 노동환경이 변하게 된다면 이렇듯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지 않아도 문을 열어놓을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해가 지면 퇴근을 해서 가족과 식사를 하고 여가를 즐길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무엇하러 심야에 장을 보러 가겠는가.

사회의 한 부분에서의 변화는 길게는 전체의 긍정적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변화해야만 제대로 앞으로 나갈수 있게 될것이다. 헌법 제32조에서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33조를 통해 혼자서 바꿀수 없는 거대한 장벽에 맞서 권리를 찾을수 있도록 노동3권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끊임 없는 왜곡과 선동을 일삼는 무리들에 의해 대한민국의 기본정신과 헌법의 이념은 왜곡될대로 왜곡되었다.

알맹이가 하나도 없긴 하지만 스스로 법률 개정이유에서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지역경제의 발전,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것이 맞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누가 돈을 더 벌고 이익을 얻게 되는가의 문제가 아닌 헌법 130개 조항 모두의 최종 목적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향한 법률의 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사회의 원동력인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실현된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자동으로 해결이 될 것이다.


헌법 노동3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헌법 등 제 법률들은 한결같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갈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자가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이야 말로 국가경제의 발전에 맞닿게 되기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를 조용한 지리산 골짜기에 들어가서 하면 참으로 좋을거라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헌법의 정신은 현실의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떠들라는 것이며 파업으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일삼는 기업은 없어지는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를 위해 바른 길이라는 것이다.

1997년 이후의 외환위기때 수많은 국민들이 구조조정에 동의하며 직장 문을 나섰고 갓난아기들의 금반지까지 내어 놓으며 목숨이 경각에 달린 기업들을 살렸지만 국민과 노동자들에 대해 죄스러움과 고마움은 온데 간데 없이 오만방자함만이 하늘을 찌르는 대기업들의 현재 모습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이번 개정과 같이 영업시간의 규제가 노동자의 삶의 질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업종에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은 곧 내 일터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웃의 삶은 곧 나의 삶이며 이웃의 변화의 효과는 결국 내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형마트에서의 영업시간 규제는 심야가 아닌 그곳의 노동자들이 집에 돌아가 가족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향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 역시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해서 여기 저기서 즐거운 식사와 웃음이 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노동자가 노동자와 연대를 하고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굳게 뭉쳐 하나가 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헛소리냐고? 해마다 분기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글로벌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윤을 내고 있다. 헌법은 말하고 있다. 나라 걱정 하지 말고 당신들 기본권 챙기는데 신경쓰라고. 노동자는 하나로 뭉치라고.



참고
 

헌법 제32조 제3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33조 제1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제34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근로기준법 제1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 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