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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세탁기에 들어가야 할 자들은 따로 있다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후보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하게 사는 이유가 강성 귀족노조의 정규직 노동자들 때문 이라며 이들을 세탁기에 돌리겠다고 공언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가 정말 정규직 노동자들 때문 일까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울타리를 치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의 소재를 그들에게 돌리는 것은 결국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다툼을 유발 함으로써 이득을 보려는 자들의 비열한 작태일 뿐입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헌법 제33조 제1항)


헌법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될 정도로 정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헌법은 노동자가 삶의 질을 유지 뿐만이 아니라 "향상" 시키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단결권) 회사측과 교섭하고(단체교섭권) 여의치 않을때에는 파업까지(단체행동권) 감행해서라도 자신의 몫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탁기 운운하는 후보는 반헌법적이며 반국가적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어느 곳에서는 가마우지라는 새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주목할 것은 가마우지의 목에 줄을 묶어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이 가마우지가 잡아온 물고기를 얻어 어부는 생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두마리의 가마우지를 비교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A가마우지: 5마리 잡아 1마리만 먹고 4마리는 어부에게 빼앗김 (비정규직 가마우지)

B가마우지: 15마리 잡아 3마리 먹고 12마리는 어부에게 빼앗김 (정규직 가마우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착취 당하는 노동자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중 한 명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인간들은 비정규직 가마우지가 1마리 만을 먹으며 배고픈  이유가 정규직들 때문 이라며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를 자신들이 바꿔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입니다. B가마우지가 가져간 3마리의 물고기 중 1마리를 A에게 주면 둘 다 2마리를 갖게 되므로 공평해 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가마우지들이 잡아온 20마리 중 대부분인 16마리를 어부가 챙겼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헌법 제32조는 노동(근로)의 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될 정도로 정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존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수는 없습니다. 그들 역시 열악한 조건에서 분투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함께 힘을 모아 둘 다 힘들게 사는 이유가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서 빼앗아 가고 있는 어부, 즉 재벌 족벌기업 등의 자본세력이라는 인식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기업들로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는 전경련과 경총 같은 자본가 단체에서 보듯 실제로는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나 산업별 노조를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담을 부숴, 일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라는 인식으로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일단 힘 있는 노동조합들이 끊임없는 교육으로 자기 성찰을 통해 보다 열악한 노동자들과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세탁기에 들어가야 할 자들은 따로 있다


이번에 출마한 한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탁기에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세습 족벌기업을 운영하며 노동자의 몫을 대부분 갉아먹고 있는 자들과 그에 기생하는 수많은 투기 세력, 그리고 세탁기 운운 하는 후보와 같은 정치꾼들 입니다. 


s전자의 경우 2016년 한해 동안 상품을 팔아 번 돈이 약 201조 원이고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이익은 81조5천억 원을 넘습니다. 모든 비용을 제한 영업이익만 놓고 보더라도 22조7천억 원을 벌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된 이 기업의 자료를 보면 9명의 이사,감사에게 지급된 돈이 200억 원을 넘어 1인 평균 22억 원을 챙겼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그토록 인색하고 수당이나 복리후생비 등은 쥐꼬리만큼 지급하는 것도 아까워하는 자들이 자신들에게는 억 소리 나는 복리후생비를 당연시 하는가 하면 이런 저런 항목을 붙여 수십 억원대의 상여금을 가져갑니다. 과연 세탁기에 들어가야 할 자들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