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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노동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사기행각


사기세일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롯데백화점이 원래 119만원인 상품의 가격표를 두 배인 238만원으로 붙인 후 50% 할인 해준다고 속여 119만원에 판매한 사건이다.<관련기사> 소비자들이 절반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도록 한 전형적인 사기인데, 1심과 2심에서의 무죄를 뒤집고 대법원이 사기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것이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와 유사한 일이 노동 관련 분야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행해지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조항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정부는 기업의 편을 들어 노동자들을 혹세무민하듯 대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주가 7일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일터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주가 5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이때문에 상식적으로 봐야 할 문제가 복잡하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3조는 연장근로에 관한 규정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1주에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정했다. 그렇다면 1주에 52시간의 노동을 시킬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1주를 7일 또는 5일로 보는가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진다.


1주를 7일로 볼 경우 : 40시간 + 12시간(연장가능) = 최대 52시간 

1주를 5일로 볼 경우 : 40시간 + 12시간(연장가능) + 8시간(토) + 8시간(일) = 최대 68시간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과 야간, 휴일 근무에 대해 50% 이상의 가산을 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들의 편을 들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원래 1주에 68시간까지 노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는 관점이다. 


1주를 52시간으로 보면 토요일과 일요일 근무의 경우 각각 연장노동으로서 기본급에 더해 수당도 지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1주를 68시간으로 보면 토,일요일의 경우에 연장근무가 아니므로 수당 지급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


기업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정부는 이들의 입장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관련기사>


"노동자들은 1주에 68시간 일하는 것이 맞다 > 하지만 노동자들이 1주를 52시간으로 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선심 써서 1주의 기준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주겠다 > 그런데 당신들 노동자들은 이렇게 아량을 베푸는 기업과 정부의 은혜도 모르고 52시간으로 줄여준 것에 감사하지 않고 연장과 야간, 휴일의 노동이 겹치는 경우 각각 계산한 수당으로 지급해 달라고 한다 > 이것은 매우 염치 없는 짓이다."





진실은 이렇다.


근로기준법은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뜻은 하루에 8시간을 넘겨 일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만 일을 시키라는 취지다. 그러므로 8시간 미만 즉 7시간이든 그보다 적은 시간의 노동을 해야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법의 취지를 실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최근 1주 35시간 선언을 한 곳이 있지만 그 취지와 진행과정은 따져봐야 한다)<관련내용참조>


연장노동과 야간노동, 그리고 휴일노동에 대해 기본임금의 50% '이상' 을 지급하도록 정해놓은 이유는 돈에 중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 노동시간에 추가로 일 시키는 것을 자제하라는 취지다. 먹고 살기 위해 취업에 나선 노동자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주겠다는 유혹을 뿌리치는 일은 마치 낚시꾼이 던진 미끼를 어쩔수 없이 물어야 하는 물고기의 처지와 같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의 삶은 국가가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것이 당연할뿐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것이 의무이다. 헌법 제10조와 제32조는 국가가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하며 근로조건 역시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비도덕적인 노동자 탄압과 노동 강요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된다. 더우기 헌법을 유린하고 위반한 정부를 몰아내고 들어선 정부라면 헌법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 올곧게 헌법 조항의 취지를 바로 이해하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사기세일과 다름없는 사기 노동시간 놀음을 멈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