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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최저임금에 대한 경총의 협박과 진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4일에 2014년도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액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최저임금법 제8조). 그렇다면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32조에서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최저임금법을 만들어 금액을 정하도록 한 것인데 헌법 제32조는 다음과 같이 최저임금의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저 일자리 수를 늘리는데서 그치지 말고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도록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라고 헌법은 정부에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발생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대목이 있다. 먹고 살수 있도록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최저임금을 시행하라니, 4,860원(현재 최저임금)이 적정한 임금이라는 것인가?

 

이번에 결정된 2014년의 최저임금은 5,210원이다. 350원의 최저임금 인상액에 대해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기획홍보본부장이라는 자는 언론매체를 통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렵고,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최저임금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으로 낯부끄러운 언사가 아닐수 없다. 경총은 또한 이번의 350원 인상으로 인해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1조6천억에 이를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도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지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는데 이와 같은 인식과 발언들은 불특정다수의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협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4,860에 딱 맞춰서 주라는 취지가 아니라 그 이상을 주라는 것이다(헌법 제32조). '일 한만큼' 노동의 대가를 지급해서 국민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먹고 살수 있게 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임에도 비정상적인 경영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사회 질서가 무너질 지경이니 도가 지나칠 경우 처벌을 할 것이며 그 처벌근거로써 기준을 마련하겠다. 이런 취지로 만들어진것이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액 결정에 대한 경총 등 경영자단체의 반응을 보면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늘려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백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노동자의 임금이란 당연히 최저임금액을 상회하여 주는 것이 정상인데 경총의 설명을 보면 그동안 최저임금에 정확히 맞추어 지급했다는 것이다. 내년의 최저임금액 5,210원과 현재의 최저임금액 4,860 간의 격차는 350원이다. 헌법과 최저임금법, 그리고 근로기준법 등은 4,860원 이상을 지급하라고 누누히 명령했지만 기업들은 법의 처벌만 모면하기 위해 현행의 4,860원에 겨우 맞춰 왔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현행 최저임금액보다 겨우 350원 많은 금액때문에 기업이 죽는 소리를 하겠는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나날이 오르는 물가와 전월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도심에 있는 직장으로부터 점점 더 먼곳으로 주거지를 옮긴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기에 국가가 나서서 대도시 주변의 위성도시를 만들고 아파트와 도로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것 아니겠는가.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가 아는바와 같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유류비와 자동차의 감가상각비가 늘어나게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비가 가중되며 왕복 출퇴근 거리의 증가로 인해 심신은 노쇠는 더욱 빨라진다. 너무나 힘든 노동자들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달래려 친구나 지인과 술 한잔 하려해도 집이 멀어서 일찍 헤어져야 한다. 콩나물시루같은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 집에 도착해 잠깐 눈 붙이면 새벽녘에 다시 출근준비 할 시간이다.

 

최저임금에 맞추거나 미달하는 일자리라도 찾기 위해 취업박람회에는 언제나 구직자로 가득찬다

경총과 기업인단체들은 최저임금액 350원 인상 때문에 기업들이 금새 망할 것처럼 말한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죽는 시늉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정으로 영세하고 하루 벌어 하루 유지하기 힘든 소상공인과 소기업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힘든 이유를,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해서 그 책임을 350원에 전가하는 것은 조금은 부끄럽지 않은가? 경총의 말대로 350원 올려서 1조7천억이 손해날 것이라면 반대로 지금까지 최저임금액 이상을 주라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빼앗아 간 돈이 1조7천억이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그토록 영세기업을 걱정한다면 경총과 기업인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개선하도록 압박하고 대기업의 부당한 행위들을 저지하여 갑과 을의 관계가 정상적인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을 도와 기업 운영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여 그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며 함께 목소리를 높여 약자인 영세기업의 번영을 도모하면 될 일이다.

 

정규직에서 일 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은 현재도 시급 5,210원 이상을 받으며 일하고있다. 350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그들에게 무슨 영향을 준단 말인가. 최저임금액이 오른다고 해서 모든 임금노동자의 임금이 350원 올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급이 5천210원, 7천원, 1만원 이상인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무엇이 기업과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말인가? 350원 때문에 죽는 시늉 하는것은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의 가증이다. 벼룩 간을 빼달라는 말을 하기엔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가.

 

 

 

헌법제32조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①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8조(최저임금의 결정)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심의하여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② 위원회는 제1항 후단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 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심의하여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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