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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게으를 권리


아무도 노동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멸망하게 될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헌법은 노동을 권리인 동시에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병적인 거부감으로 인해 근로로 표현합니다.)


막강하던 군사 반란군들의 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뿌리 박힌 근면이라는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깊은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며 이 사회 노동자들의 삶을 꼼짝못하게 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인 폴 라파르그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전합니다. 당대에 그들은 노동으로 하루 종일 시간을 빼앗기면 공화국과 친구들을 위해 봉사할 여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상적인 공화국의 시민은 완전히 한가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고대 사회는 온전히 노동만 하는 노예를 통해 유지되었습니다. 당시의 자유인들은 국가의 일을 토론하고 국가를 방위하는 일에 전념하고 생산의 책임은 완전히 노예의 몫이었습니다. 당시의 노예가 인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전제로 시대의 조건상 그러한 노동방식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저자는 하지만 노예노동의 결과물을 사회 전체가 함께 누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임금노동자를 임금 받는 노예로 규정하는 저자는 온전히 노동만 하는 임금노예로 인해 특정한 소수가 여가를 즐기고 있음을 문제로 삼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학자들은 임금노동자의 의무만을 강조하면서 그들이 누려야 할 여가를 다른 이가 챙기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듯 모든 도구가 저절로 적절하게 작동한다면, 예컨대 직조기의 북이 저절로 움직인다면 노역장의 십장이나 노예소유주들은 더 이상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의 꿈은 우리에게 현실로 드러났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고대사회의 노예 역할을 이제는 기계가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으므로 모든 인간은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은 말로 설명합니다.


"불을 내뿜고, 지칠줄 모르는 강철의 사지를 움직이고, 생산성을 갖고 있는 기계가 신성한 노동을 온순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수행한다..... 기계는 구세주이며 인간을 '비천한 기술'과 임금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인간에게 여가와 자유를 가져다 줄 신이라는 점을 그들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과학기술과 문명이 가장 발달된 사회인 현재 가족과 마음 편히 밥 한번 먹는것조차 쉽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이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8시간 중 남을 위한 노동은 멈추고 나를 위해서만 일을 할 수는 없을까요? 나를 위한 노동 시간이 3시간으로 충분한 것이라면 나머지 5시간은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노동자의 시간을 빼앗아 배를 불리며 살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노동자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로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저자: 폴 라파르그

번역: 차영준

출판: 필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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