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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사람사는 세상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by wander4297 2010. 10. 7.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길은 노동과 닿아있다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등 정부기관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는 일은 흔하고 당연하게 되었다. 월급이라고 말하는 임금을 받아봤자 겨우 다음 달을 다 채우기 전에 바닥이 나버리는 닭 모이 같은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에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은 약 900만 명으로 50%를 웃돌고 있다. 새벽 4시가 넘으면 일터에 나와 노동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있지만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의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생각은 아예 단절한 채 하루 하루 그저 밥 먹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때로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사소한 일로 서로 화를 내고 욕을 하는 일도 흔하다. 화장실이 아무리 급해도 책임자가 참으라면 참아야 하는 상황이고 연차휴가 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노동이 끝나고 나면 술에 의지하는 일이 잦아져 건강까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답답해서 여기저기 물어 겨우 노동조합을 설립하면 회사의 막가파식 탄압이 곧바로 시작된다. 노조 설립 후 어딘가 가서 교육받을 때는 헌법이 어떻고 근로기준법이 있으니 단결만 하면 된다고 배웠지만 회사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괴롭히게 된다. 밤길에 괴롭히는 불량배에게 형법상 폭행 죄니 상해죄니 떠들어봤자 한대 더 맞는 이치다. 민주노총 등의 노동조합 산별연맹에 가입을 하면 용기를 북돋워줘서인지 금세 뭔가 될 거 같지만 회사에 점점 밀릴수록 옆에서 용기를 주던 그런 전문가들도 하나둘씩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이 어떤 것 인지도 모르고 그들의 말대로 그냥 열심히 단결하고 투쟁하고 법을 들이대면 되는 줄 알고 싸우다가 지치기 시작할 때쯤이면 조합원들은 하나씩 회사에 항복을 하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긴다. 처음에 이끌어주던 상급단체 등에서는 길거리에서 몇 년씩 노숙을 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와 해고당하고 경찰서를 수없이 들낙거리며 가정을 포기한 채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치켜세우며 본을 받아야 하는 사례처럼 선전을 하기도 한다.

 

 

 

무지한 투쟁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민주노총의 모든 조직들이 연대를 할 것이라는 상급 연맹의 말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한껏 고무시키게 되고 말 그대로 희망을 갖게끔 한다. 처음 노동조합에 거부감을 보이던 사람들도 앞장선 이들의 열의와 민주노총의 선전에 기대감을 가지고 조합에 가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전원 해고 등의 최악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회사에 몰래 가서 항복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소위 상급단체라는 곳에 대해 알고 나면 대부분의 투쟁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무덤덤하게 서류 발급하는 공무원처럼 상급단체라는 곳은 그저 익숙한 일을 기계처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물컵과 물수건 수저를 가져다주고 식사 끝나기 무섭게 행주로 식탁을 휘둘러 닦아내는 식당의 노동자처럼 그렇게 노조를 만들어주고 회의하고 공문 만들어주고 이기면 좋고 나중에 노조가 와해되면 할 수 없다는 식의,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많이 봐서 무덤덤해진 의사처럼 그런 곳이 민주노총과 연맹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워서인지 각 기업별 노조도 상급단체가 공문 만들어주는 곳, 회사와 마찰 생기면 달려와서 인상 한번 써서 문제 해결해 주는곳, 의무금 꼬박 내고 있으므로 가려운 곳 긁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대위원 대회 등에 참석해서도 안건이 무엇인지, 문제점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고 해결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모색하는 것보다는 서로 오래간만에 만나서 회포 풀고 돌아가 각자의 노조에 큰 문제만 없으면, 임금협상에서 얼굴 안 팔릴 정도로 마무리 지으면 노종조합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위하는 모습을 그들 자체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더 먼 곳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주먹구구식 투쟁에서 민주적이고 과학적인 운동으로

모든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힘을 보태야만 하는 이 땅의 민주주의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열망과 달리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껏 해오던 대로 관성화 되어있는 조직은 절대로 변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적 원칙 확립에 대한 목소리는 귓전에 스치는 바람소리 정도로 치부한다.

노동이 무엇인지 모르며 노동해방을 부르짖는가 하면 자본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자본 타도를 외치는 현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진정한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해야 한다. 정확히 현재를 알아야 대안이 나오고 투쟁의 방향이 잡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를 안다고 모두 말을 하지만 진실되게 그에 접근한 경우를 쉽게 보지는 못했다. 알기 위해서는 민주적이어야 한다.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상급단체의 활동가와 임원들끼리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조합의 주인인 노동자들이 정확히 알게 하고 그들이 판단을 내려서 결론을 짓게 해야 한다. 수단의 정당성을 비껴간다면 제 아무리 목적이 높은 곳에 있다 해도 독재와 다를 바 없다.

 

 

공부 없는 거짓 투쟁은 모래성일 뿐

당장의 거창한 사회 변혁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그 세상은 누가 바꾸는가. 바로 나부터 움직여야 바꿀 수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처럼 노동자들도 끊임없는 공부를 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위해 책을 구입해서 독파를 하는 것보다 노동의 권리를 찾는 것이 잘 사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내가 존재해야 여럿이 노동조합도 만들 수 있고 민주노총 같은 하나의 큰 노조를 제대로 세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바뀌고 그에 의해 내 삶이 바뀐다. 민주적 가치관이 그 과정의 필수요건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소위 상급단체라고 하는 산별 연맹이 사업장별 단위노조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달마다 의무금 꼬박꼬박 내주면 고마운 것이고 공부를 하든 말든 기분 나쁜 소리는 삼가지 않는가. 집회가 있으면 그저 되는대로 몇 명이라도 나와주시면 감지덕지고 안 나오면 할 수 없는 문화. 강제로 나오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따지고 환경을 살펴서 나올 수 있도록 가슴으로 대화를 하고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서로 회사가 다른 기업별 노조라서, 다른 산업별 연맹이라서, 일탈과 비민주적 행태를 보면서도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 과연 단결과 동지애를 느낄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행위를 보면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엄하게 꾸짖어주는 선후배 동료들이 없다는 것은 폭풍 앞의 촛불 같은 이 시대 전체 노동자들에겐 불행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지식만 가지고 투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 투쟁의 방향에 관한 정확한 지적 소양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를 결과로써 보여줘야 한다.

노동해방은 강제적 노동, 비인격적 노동, 육체와 정신 말살적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동지로서 격려하고 서로를 향상해 진정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