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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잊혀진, 또 하나의 남양유업 사태

by wander4297 2013. 5. 12.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판매 물량을 강요하며 이에 항의하는 대리점 측에 대해 욕설까지 남발하여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남양유업 사태의 핵심은 욕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런 상황을 초래한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욕설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함께 공분을 느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에 다다를까? 물량 '밀어내기'라는 관행은 본사가 대리점 측에서 주문한 물량보다 초과로 보내 어쩔 수 없이 판매를 하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원래 판매 가능한 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받게 된 대리점은 어떻게 해서든 판매를 마쳐야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흔히 대형마트 등에서 볼 수 있는 '원 플러스 원'제품들이며 이렇게 나온 상품들은 마트와 소비자들의 묵인 하에 팔리게 된다.
 

소비자인 국민들과 언론은 물론 심지어 정치인들까지 나서 남양유업의 부도덕함을 질타하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으므로 조만간 이 기업이 망해서 모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남양유업이 자신들의 생산 판매 구조를 전면 개선하여 시민들이 바라는 형태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대충 사과하며 버티는 경우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퇴출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물론 수많은 대리점의 파산과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노동자의 실직, 낙농업과 관련된 농가들의 위기 등을 동반하는 퇴출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7년에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제품의 유통과 관련해 빚더미에 올라 앉았던 노동자들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인적이 있다. 이때의 문제도 남양유업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출실적을 늘려 잡아 덤핑 판매를 하도록 강요하여 원래의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고 난 후 원래의 가격과 차이가 나는 금액을 이들에게 채우도록 하여 결국 빚을 지게 하는 수법으로 길거리에 앉게 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까지 결성하여 투쟁을 했던 일이 있었다. 이들이 항의하고 기업과 다투는 사이 기업측에서는 판매사원들의 입사시 보증을 섰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대신 갚도록 하는 등 많은 노동자들을 절망에 빠뜨린 사건이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일이 되었다.

 
어째서 반복적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남양유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 그 본질적 원인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 보면 남양유업과 같은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기업들은 과당 경쟁을 일삼다 보니 낮은 가격과 판매량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여 공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 형태로 고용하게 되고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이나 대리점에 모든 손실을 떠넘기게 된다.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올라 주주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게 된다. 일반 국민들도 주식가격이 오르면 투자한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퇴직연금 등에 가입한 국민들은 그들대로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주가가 올라 이익을 늘어나려면 기업은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야만 하는 것이니 결국 우리의 기쁨은 우리들 자신의 아픔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회의 경쟁 구도를 보다 인간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여기 저기서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빙산의 일각과 같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한 근본적 인간성 회복에 나서지 않는다면 또 어디선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피해를 당하게 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며 자자손손 아픔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6년전 식음료유통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여 그 당시 사회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힘차게 투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은 아픔으로 끝났고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삶은 잊혀져 갔다. 오늘 다시 우리들은 비슷한 일에 대해 모두 분노하고 있다. 분노와 불매운동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 모두에게 어떤 삶의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인가. 뿔뿔이 흩어진 식음료유통 노동자들은 지금의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출처: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