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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평등해야 자본주의다

 

 

 

소수의 지배자들이 만들어 놓은 법에 의해 신분이 나뉘어, 힘 있는 사람들은 죽도록 일만 한 사람들의 결과물을 빼앗아 호사와 안락을 누린 것이 인류의 오랜 역사였다. 하지만 문명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역사를 뒤로 하며 출발한 자본주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평등한 사회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사람이 세상의 근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기를 거치며 등장한 시민과 이를 기반으로 성공한 산업혁명 이후에는 누구나 노동의 결과물을 정당한 대가와 바꿔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역사의 시대로 넘어오게 되었다. 노동자가 만든 물건을 정치적∙신분적 강자들이 빼앗던 행태를 끝내고 화폐를 지급해야만 얻을 수 있는 상품 사회로 바뀌게 된 것이다.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땀흘려 만든 '상품'을 판매해 다른 사람이 만든 상품을 '화폐'를 주고 구입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양  당사자의 동등한 지위에 의한 '등가 교환'을 전제로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4조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인데,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대표적인 상품이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평등한 사회를 전제로 한다.

 

그러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화폐와 상품이 정당하게 교환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헐값에 사들여 이윤을 늘리는 착취의 사회이며, 힘 있는 거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작은 기업을 상대로 횡포를 부려 얻은 이윤으로 곳간을 늘리고 주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약육강식의 정글일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이 돌아가는 사회를 제어하거나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는 사회적 강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다수인 약자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 질 수밖에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해결책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다수이면서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자각하고 사회 구조의 모순을 정확히 보는 힘을 키운다면 세상은 사람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의외로 해답이 간단하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세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불행이다.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 타파,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우리 모두의 의무로 규정한 헌법의 정신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식으로만 생각해도 대한민국은 그저 '이상한'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