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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공기업 운전기사와 청원경찰 연봉이 너무 높다는 감사원 지적

by wander4297 2013. 3. 16.

 

 

 

감사원이 최근 금융 관련 공기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 운영 실태에 관해 감사한 것인데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의 경우를 예로 든 보도에 따르면 이곳의 운전사의 평균연봉이 8천4백만 원을 넘는 등 고액의 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시정하라는 지적입니다. 청원경찰의 경우도 지적을 하면서 감사원은 여기에 덧붙여 단순 반복 업무의 경우 가능한 외부용역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운전기사와 청원경찰의 임금이 낮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감사원의 이러한 지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감사원이 감사 대상으로 정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이라는 본질에 어째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놓인 운전기사와 청원경찰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뉴스에 등장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보통의 일이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에 등장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공기업의 임직원보다 운전과 경비를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슈가 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건물에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 있고 운행되는 모든 차량에는 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정부기관을 포함한 관공서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각각의 기관과 기업들에서 무슨 업무가 고액을 받을만한 것이고 어떤 업무가 저임금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1조 제1항은 '모든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6조에서는 사용자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말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제10조)고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선언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조건에 놓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선결과제다

 

평등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액수의 임금을 받으라는 뜻은 아닐수 있습니다. 공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형태의 기업이니만큼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감시의 눈을 밝혀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왜 운전과 경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마치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뉴스에 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이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혹시나 이들 업무가 중요한 일이 아니라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편한 직업이라는 직업 차별의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감사 결과 발표라면 다시 한번 되짚어보길 권합니다.

 

같은 노동자들조차도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은 경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노동자들이 시각을 조금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에 별로 기여하는것 같지도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낮은 임금을 받는 우리들의 상황이 잘못된 것입니다. 고급공무원을 비롯한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잘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막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당 5만 원~7만 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리들의 신앙은 이 사회로부터 그렇게 생각하도록 반복학습을 받은 결과입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단순 반복작업이다

 

 

정부나 국회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이 있는 국민들은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열곤 합니다. 국회 건너편의 국민은행 앞이나 산업은행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일대에 있는 모든 건물의 경비원들은 비상에 돌입합니다. 때로는 길게 이어지는 집회 때문에 퇴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대에 길이 막혀 정체 현상이 발생하면 높으신 분들을 모시는 운전기사들의 발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흐름에 맞춰 바쁘게 움직입니다. 국회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의원들이 제일 먼저 부르는 사람들도 이들입니다. 심지어 감사원조차도 민원인들이 심심찮게 항의 방문이나 집회를 열면 감사원장이나 간부들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몸으로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노동자들을 단순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며 연봉의 높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이 세상에 단순하지 않고 반복적이지 않은 일이 무엇입니까? 모두는 같은 직장으로 매일 출근해서 같은 업무를 하다 퇴근합니다. 아마도 단순 반복의 가장 대표적인 직업은 군인일 것입니다. 운전과 경비 노동자들의 비교적 높은 연봉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업무마다 금액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밝히고 그에 대한 법률이 있다면 먼저 제시를 한 연후에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직업의 귀천이 없는 사회입니다. 적어도 교과서와 헌법은 그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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