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청소행정의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모임이 두달을 지나며 중간 보고회 형식의 간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청소행정이라는 것은 본래 공공의 서비스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짐을 노동자들에게 은근슬쩍 떠넘긴 사회분위기 이후 지금껏 개선되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양시장과 시의 담당 공무원들은 줄기차게 비용절감과 업무효율성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만을 내세우며 용역회사들을 옹호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소행정 개선 연구팀은 가능한 객관적 자료를 통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이날의 보고회는 시의 예산을 들여 진행되었지만 안양시의 책임 있는 공무원들은 보이지 않는가 하면 주체인 노동자들과 시의원 등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실패한 보고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보고회가 진행된 회의장소는 안양시청사 3층에 있었는데 같은 층에 시장실이 있어서인지 검은 양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계단을 막아서며 일일이 통제하는 모습이 흡사 안양시의 공공서비스와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벽과 같은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어 머리를 맞대면 청소행정 서비스의 공적인 부분 강화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의 상이하지만 같은 주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절망 속에서 발견할수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남 여수의 변화의 바람 이었는데 멀리서 우리 안양시의 고민에 보탬을 주고자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께서 우리들의 요청에 흔쾌히 안양까지 오셔서 그간 여수시에서 벌어졌던 용역회사들의 퇴출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우리가 참조할만한 외국의 사례 발제를 맡았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구한 독일 청소관련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간의 단체협약을 기본 바탕으로 분석하여 발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협약이라는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규정짓는 네 가지(근로기준법,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중 가장 강력하고 우선 적용되는 것이므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 청소노동자들의 단체협약 내용을 살펴 본 결과 요약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와 비교 가능한 것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미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실현하고 있는 그들에 비해 우리의 고민거리들은 너무나 원초적이고 비 사회적이며 천하기 이를데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러므로 그들에게 고용형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직접 운영을 하든 민간기업이 하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넘어선 생활권이 보장됨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의 질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민간이 어렵게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로부터 운영권을 얻어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라는 것이 제로섬 게임화 되어버립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용형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질적 노동조건의 향상을 통한 인간다운 삶 보장(헌법 규정들)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먼 나라의 이야기 이므로 그나마 고용형태라는 외적 규제틀을 통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우리보다 나아보이는 그들의 노동조건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도, 남이 대신 만들어 준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백여년이 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확보된 최소한의 기본권인 것이지 그저 훌륭한 몇분 정치가나 지자체장이 만든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동자가 노동자 답게,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답게 삶의 질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찾아 다니고 법률 전문가를 동원하는 등의 일도 때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노동자가 현실을 정확히 직시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어 정당에 물리적 압력이 아닌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때 부수적인 도구로서 사용 가능한 것들입니다.
노동자의 학습이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투쟁으로 이어질수 있도록 모든 고민이 모아져야 할 때라는 것을 이번 청소행정 개선 보고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불발되고 속절 없이 노동절은 123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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