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워크숍이 안산에서 열렸다. 경기도의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의 중요성과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강사단이 하나 둘씩 생겨난지 3~4년만에 안산, 평택, 부천, 수원, 김포, 안양, 군포, 의왕 등에 많은 인원의 강사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선구적 역할을 해오신 하인호 선생님이 근무하고 계신 인천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활발한 활동이 있어왔다. 현재 각 지역의 노동단체와 청소년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 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사단을 모집하여 교육을 마친 시민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오전 모두가 함께한 시간에 하인호선생님이 강의 도중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계신다.
많은 참가자들의 열띤 관심 속에 열린 워크숍에서는 청소년과 노동 그리고 그들의 노동현장에서의 인권에 대해 하인호 선생님의 강의와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들이 노동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화두에 대해서 참가자들은 의견이 나뉘었는데, 청소년 시기는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이므로 노동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며 다양한 주제를 던지신 하인호 선생님의 질문에 즉석 찬반토론이 벌어지는 등 활기찬 시간이 이어졌다.
청소년을 학생과 동일시 하는 시각도 있었으며 노동이 험한 일이라는 생각도 꽤 있어보였다. 또한 아이들에게 노동법 등의 기본적 권리를 알려줘봤자 실제로는 법을 통해 권리를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사업주에게 노동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항의를 할 경우 해고의 위험에 놓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는 상식적인 일이므로 그러한 회의감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날의 워크숍은 청소년노동인권 강사들의 모임이었으므로 강의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경험과 고민들도 나왔다. 아이들이 함께 하는 참여형의 방식이 낫다거나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는 피하는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다수를 이루기도 했다.
오후 늦게까지 열린 이 날의 워크숍에 함께 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노동은 사람이 생존하고 사회가 존립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인류는 태생적으로 누군가와 힘을 합쳐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를 원활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이 험하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노동이 자괴감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즉 나를 위한 노동이 아닌 노동은 그저 괴로운 일일 뿐이다. 노동과 관련한 강의에 나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소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강의자로써 회의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2. 청소년들에게 법을 알려줘도 실제로 그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이 가능할까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일수 밖에 없다. 성인인 노동자가 노동법을 아무리 잘 안다 하더라도 자신을 고용한 사장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즉 이 문제는 아이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먼저이며 혼자서 따져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하더라도 여럿이 목소리를 합하면 반드시 권리를 찾을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노동인권 강의의 본질적인 목적은 장차 어른으로 커갈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의 모순을 어떻게 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낼 수 있는 '사람'으로 탈바꿈해 갈 것인가에 있다. 즉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데에 교육의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3. 위 두 가지의 의문이 해소된다면 강의의 방식에 대한 문제는 사실 매우 단순한 일일수 있다.
참여형이냐 주입식이냐의 문제는 청소년노동인권과 관련한 강의에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본다. 무엇인가를 외워서 시험을 목적에 두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면 일단 관심을 끌게 해서 암기에 도움을 주면 되는 일이다. 시중에는 수많은 유명강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때론 개그맨 뺨치는 정도로 아이들을 웃기는가 하면 강의기법에 있어서도 아이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수준의 강사들이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면 이들 유명 강사의 대단한 강의기법에 아이들이 흠뻑 빠지기는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학생은 소수라는 점이다.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은 대상인 아이들이 스스로 누구인가를 반문하고 자신의 권리를 소중히 하며 그것이 침해당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연습을 하여 그들이 나머지 삶에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물론 그러한 교육은 지금 당장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오후에는 일반 시민강사들과는 별도로 각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여 사례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무엇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참여형 수업은 보조적 방식으로 수업에 집중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게 집중된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서 스스로의 고민으로 승화시킬것인가는 본질적 문제로 남는 것이다. 여기에서 강사들의 노동과 인권, 자본주의, 헌법적 가치, 경제와 기업 등에 관한 풍부하고 꾸준한 실력 향상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든 그저 기술적인 테크닉을, 아이들의 인생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각에서의 강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청소년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인권은 사람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권리이다. 노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존귀한 행위이다.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 할수 있는 사람으로, 혼자서 말해봤자 불이익만 당할 것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확인하는 것이 노동과 인권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본질적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도 멀고 험한 길이며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듯 싶다.
워크숍에 참가한 강사 한 분의 말에 참석자 모두 공감했으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고 교실을 나서는 순간, 이 아이들이 이러한 노동법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왠지 뒤가 허전하다는 생각은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을 하는 강사들의 공통된 경험이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눈으로 바로 앞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들의 훗날의 삶을 예상해본다면 그리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노동인권 강의를 하는 사람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줘야 한다. 밑으로 새는 물을 걱정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3회, 많아야 10여회를 넘지 않는 적은 강의 경험을 가진 대부분의 강사들은 그러한 고민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데 더욱 시간을 할애하기를 마음 속으로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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