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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

심야의 길거리에 넘쳐나는 아이들

by wander4297 2014. 7. 5.

지난 6월 27일에 안양과 군포의 단체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거리 상담을 진행했다. 성문제를 포함한 청소년의 여러 문제에 대해 상담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청소년 노동 인권'을 중심으로 밤거리를 지나는 청소년들에게 권리가 적힌 안내물을 나눠주고 즉석에서 노무사 등의 전문가와의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청소년을 현장에서 접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노동법 전문인 공인노무사 등이 참여하여 내내 열의에 찬 상담이 진행되었다.

 

 

 

저녁 9시부터 상담을 시작하였는데,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10쯤에야 거리로 많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군포시 일대의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주로 모인다는 산본의 번화가에서 진행한 이날의 상담에는 청소년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때로는 중학생도 있었고 자신은 청소년이 아니라던 20세의 청년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노동을 경험하거나 하고 있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중학생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불법이지만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들도 있었다.  때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사람이기보다는 소모품 취급을 받으며 일 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권리를 알고 따져봤자 사용자에게 해고 당할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번화한 거리에 넘쳐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과연 이 사회의 정상적인 모습일까.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입시를 위한 공부하느라 학교에서 늦게 끝나고 학원에도 가야 한다. 직업의 기초를 배우는 실업계 아이들도 사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지만 같은 시대의 청소년으로서 의지할 곳 없이 방황해야 하는 처지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친구들 중 한명은 울산의 현대차에 취업이 되었고 다른 한 친구는 수원의 금형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금형공장의 이 젊은이는(사실 아직 앳된 아이들이다) 아침에 해 뜰 때까지 일 하는 것이 취미생활이 되었다고 곁의 친구들이 농담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말한다.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공장의 기계와 밤을 새워야 하는 우리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웃어가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마치 내게 따지는것 같아 죄스럽고 안쓰런 마음이 무겁게 짓눌렀다. 현대차는 노동조합이라도 있어서 나은 것이다, 권리는 쟁취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필요하다는 따위의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집안의 가장의 노동으로는 가족이 생계유지가 힘든 사회가 된 지 오래, '여성의 사회 참여와 자기 발견'이라는 그럴듯한 선동 구호로 여성들의 대부분이 직업의 전선에 뛰어드는 일도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었다. 집안의 가장 한 사람의 노동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는 구조는 바꿔 말하면 노동력의 가치가 매우 하락했음을 반증한다. 애들 키우고 남편 뒤치다꺼리에 지친 아내가 '나도 뭔가 나의 일'을 찾고 싶다는 멋진 말을 남기고 찾게 되는 일자리는 단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돈 번다고 바쁜데도 용돈이 늘 부족한 아이들은 스스로 제 용돈벌이에 나선다. 아이들이 겁없이 핸드폰 요금 생각하지 않고 써댄다고 욕 할 수 있을까? 그들을 대상으로 핸드폰을 팔아야 하고 통신요금 벌어야 하는 재벌기업들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겠는가.

 

옛날에는 그런거 없어도 잘 살았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는 사회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과학을 비롯한 시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람들의 삶이 더욱 열악해지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모두 자본주의 산업의 예비군이다.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던 정규직의 아빠도 줄어드는 일자리와 넘쳐나는 구인물결 속의 경쟁에 내던져진 산업예비군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명예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흐름 속에서 몇 푼 퇴직금을 받아 든 가장은 자영업을 시작한다. 이와 같은 공식은 빈민으로 향하는 건널목일 뿐이다. 깊은 밤 두 시간이 넘도록 3천5백 원짜리 장난감을 팔기 위해 쉬지 않고 하늘을 향해 고무줄을 당기던 남성의 모습이 아련하게 잔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