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했겠지만 지금 역시 노동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초등학교 입학한 이래 시계에 맞춰 하루 하루 살다보니 어른이 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보면 중장년의 나이가 된다. 보통은 이 나이때쯤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구조조정이니 비정규직이니 해고니 하는 것들은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고 살아왔지만 그 파도가 드디어 자신에게도 닥쳐오게 된것이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근로기준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노동3권이니 헌법이니 하면서 기본권에 대해 하나씩 새삼 알게된다. 그렇게 해서 노동조합을 만든다.
헌법상의 단체교섭권에 의해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지만 정작 이루어진 만남은 지지부진하고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교섭의 대상인지 답답하다. 교섭의 진도가 나가지 않을땐 바로 파업하면 되는건지, 노동부에 하소연하면 해결해 주는건지, 아니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한방에 일이 풀릴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회사측이나 노동부에서 조금은 껄끄러워 한다던데. 하지만 변하는 것은 별로 없고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아온 착하고 순진한 노동자들이 느닷없이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투쟁을 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이겠는가. 권리는 투쟁으로 쟁취하는것이라는 사실을 학교와 사회에서 배워본적 없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라는것을 가슴에 안겨줬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노동자들은 여기 저기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힘을 모으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채 우왕좌왕한다. 상급단체에서 교섭의 기술은 가르쳐주기도 한다. 단결과 투쟁을 '끝까지' 열심히 하면 승리는 동지들 것이라고 힘을 북돋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사회 전체를 조망할수 있는 눈을 키우는데는 소홀이 한다. 진정한 싸움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인데 말이다.
노동이 나에게 무엇인지, 노동조합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내 가족 내 자식에게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에 대한 깊은 성찰 없는 노동조합 활동은 그저 나 하나만 일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으로 끝나거나 성과급을 올려 받는 것으로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학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습이 있고 대학 입학만을 위한 학습도 있다. 먼 훗날 자기 자신의 인생 목표를 완성하기 위한 밑거름으로써 한발 한발 준비하며 묵묵히 나아가는 학습은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들다. 그것은 노동조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현안문제가 쌓여있고 나가서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학습은 시간 남을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있다. 그러나 현안문제와 투쟁은 잎과 열매일뿐이며 제대로 된 기초부터의 학습이야말로 투쟁의 시작이자 뿌리다. 전태일열사는 노동법을 읽을수 있는 대학생 친구를 소원했다고 한다. 배움이 길지 않은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근로기준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넘쳐나는 '열사정신 계승'구호는 공염불인가. 진정한 승리를 위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들이 하나로 뭉쳐 공부할 날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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