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참조> "정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노동시장 개편 악용 위험"
정부는 2015년 상반기에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근로기준법 등 법률에서 정하고있는 내용들은 그 단어의 뜻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명확하게 정리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얼핏 그럴법한 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함정의 위험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노동시간 한도를 정해두고 있고, 1주일에 가능한 연장노동시간은 12시간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주일이 7일이라는 것은 국어사전을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해석"을 통해 1주일을 5일이라고 강변해 왔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죠.
♣ 1주일을 7일로 보는 경우 가능한 노동시간은 52시간
법정 40시간 + 연장 12시간 (이 경우 당사자의 동의 받지 못하면 불가) = 52시간
♣ 1주일을 5일로 보는 경우 가능한 노동시간은 68시간
법정 40시간 + 연장 12시간 + 나머지 2일(8시간+8시간)은
법의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 = 68시간
위와 같은 해석으로 인해, 기업 등 사용자는 법을 위반하고도 아무런 제지 없이 1주일에 16시간을 추가로 노동자들을 부려온 것입니다. '시간은 금' 이라는 격언이 있듯이 그동안 정부의 엉터리 해석으로 노동자들은 엄청난 돈을 빼앗기며 일한것입니다. 참고로 노동법은 노동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 노동법의 목적이니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르게 결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들이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기사클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기준은 4가지가 있습니다.
취업규칙
근로기준법에 의해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정한 규범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니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합니다.
노동관련법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 관련 법률들. 근로기준법 스스로도 '최저기준'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노동법의 탄생과 변천과정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심하게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하한선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노동자에게 유리한 기준이 아닙니다.
근로계약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노동자 양 당사자가 동등하고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맺는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글자일 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역시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이 근로계약서 입니다.
단체협약
노동조합및노동조합관계법(약칭 노조법)은 사용자와 노동자대표(여기서는 오로지 노동조합의 대표만을
말합니다) 양 당사자가 단체협약을 맺을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4가지 기준 중 가장 유리한 것이 우선 적용됩니다.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귀족노조니 강성노조니 하는 말들이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곤 합니다. 그러한 노동조합들이 때로는 지탄 받을 일도 벌이고 같은 노동자인 비정규직들을 돌보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면서 그와 같은 노동조합들이 버티고 있어야 나머지 노동자들도 상향 평준화를 향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규직을 비난하는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감안한다는 핑계로 정부는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이 올라갈 기준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산업혁명 초기에 영국에서도 우리의 근로기준법과 비슷한 '공장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당시에 낮의 기준은 [새벽5시 ~ 저녁7시] 정도였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에서 그렇게 해석한 것입니다. 정부의 해석이란 것은 이와 같이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법률의 해석은 엄격하게 할 수록 그 대상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