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올리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정부 욕을 하거나 누구의 탓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흥분한 국민들을 타이르는 목소리들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러한 말들이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감추려는 세력들과 그 하수인들의 졸개짓에 다름아니다.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사망한채로 발견된 아이들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최소한의 죄값을 치르는 것일까.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해당 부모만큼이야 하겠는가마는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차가운 바다에 있을 그 아이들이 생각나 슬픔이 밀려온다. 내 아이 얼굴을 보면서도 얼굴조차 모르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빨리빨리. 우리 사회의 특징을 외국인들이 한 단어로 표현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우리 민족의 성질들이 급하기 때문일까. 단체로 가야만 하는 이유의 맨 앞에는 비용문제가 있다. 여행사의 수익, 여객선 운영사의 이윤, 관광지 숙소와 식당들 그리고 관광버스와의 커넥션이 있다. 만약 안개가 짙어 안전문제로 수학여행을 취소하게 된다면 수많은 금전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배에 실었던 화물과 차량들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짐을 싣는다고 한다. 그들 역시 운항 취소는 수익의 감소 내지는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사고의 해운회사의 배들은 서해의 섬들을 왕복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군인들과 현지인들 역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정규의 문제는 비용의 문제이며 본질은 기업 등 자본가들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발생하는 것들이다. 알바가 아닌 양질의 선원과 안내원들을 배치하여 숙련된 업무 능력과 책임감을 지닐수 있는 대우가 이루어진다면 사고는 줄일수 있다.
수학여행은 어째서 3박4일 등 짧게 정한 일정을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가. 빨리 다녀와서 입시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쓸데 없이 여행 다닐 형편이 아니다. 또한 여유있는 기간동안 그것도 소수 인원으로 나누어 수학여행을 하려면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부모들 중 그러한 양질의 여행 비용을 감당할만한 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고의 본질은 말로만 교육을 외칠뿐 비교육적으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얼키고 설켜 발생한것이라 생각된다.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속한 그룹의 문제며, 나아가 그 그룹이 속한 우리 전체의 문제다. 지난해 태안에서 발생한 사고 희생자인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직까지 호소를 하고 있다. 그때 한마디씩 했던 우리는 이미 그들을 잊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진도를 보면서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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