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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회장님, 대한민국을 살릴 회장님

 

대한민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 이건희에 대해 대통령 이명박의 사면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신분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함을 선언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땀의 대가는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법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규칙이다. 그 규칙이 때에 따라 바뀐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이런저런 예외가 만들어지다 보면 규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판단일 때에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깊고도 오래 남아있게 된다.

 

법의 정신은 정의의 실현이다. 정의에 대해서 일도양단식의 규정을 하기는 힘들지만 사회 구성원 중 누구도 소외받거나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억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것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죄를 짓고서도 그 처벌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가지는 이가 적지 않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힘없는 서민 대중이 그렇게 했을 리는 만무하니 소위 힘 있는 자들이 그 주인공일 것이다.두 눈을 멀쩡히 뜬 채로 앞을 보는 심판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법치'를 외치는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은 틈만 나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한다. 떼로 몰려다니며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한다. 국민들은 그 말이 맞으려니 생각하기도 한다. 본의 아닌 조그만 잘못에도 경찰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떠는가 하면 법관 앞에서는 그저 죽어야 하는 죄인의 형상으로 오그라드는 것이 평범한 국민의 법감정이다. 중세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다. 신분에 따라 죄가 없어지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시 당사자의 사회적 위치에 의해 죄가 없어지기도 생기기도 하는 사회이다. 그런데도 '민주공화국'이라며 우긴다.

 

대한체육회의 경기단체는 57개이며 인정단체 1곳과 준가맹 1곳을 제외하면 55개의 단체가 있다. 그 대부분은 공사가 다 망해서 웬만한 사람이 만나기도 힘든 기업의 대표들이 대부분이고 정치인이 일부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과 산업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장관님도 한 경기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시간이 남아서 경기단체의 회장직을 맡고 있을 리는 없을 테니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스포츠를 통한 국가의 '중흥'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던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음직 하다. 이번 사면을 보고있자니 그 이유도 알 것 같다. 대부분이 기업의 운영자인 경기단체의 회장들은 언제든 그 직위를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국민들이야 죄를 지어도 달게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에 기여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회장들이야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의 기회는 언제든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많이 배우고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명박이 그토록 목놓아 외치는 '법질서'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로운것이 이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번 사면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과거에도 이 사회는 은연중에 가르치고 있던 것이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이 구절을 뼈저리게 가슴에 새길것같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는 사람들, 국제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이바지한 사람들이야 법과 무슨 상관이 있을 것인가.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기 저기서 떼로 뭉쳐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시끄럽게 했으니 전경과 물대포를 동원해서 진압하고 조용히 시키는 것이 2년 간의 이명박 정권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떼로 떠 느는 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이셨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일본과 대만이 지금도 문제 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도 수출 한국의 상징인 컨테이너로 막고 물대포를 하사하신 그분이 이분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반드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왔습니다.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건회 전 회장과 삼성그룹은)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위기의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건에 대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고심했으며 사면에 대한 결심은 아주 최근에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이번 사면은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 번이나 실패해 실의에 빠졌던 강원도민의 염원과 국민적 바람, 즉 평창올림픽 유치가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국민적 염원, 국가적 과제, 국익을 위해 고려해 달라는 경제계와 체육계, 사회 각계의 건의 때문에 사면을 결심하시게 된 것입니다.


2009년 12월 29일

청 와 대 홍 보 수 석 실 

 

 

"정부는 2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대해 특별사면 및 복권을 12월31일자로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현재 정지 중인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범국민적 염원인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0년, 2014년에 이어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기 위해 세 번째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유치경쟁이 예상되는 내년 2월 밴쿠버 IOC 총회(2010년 2월 10~11일 개최 예정)가 한 달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시점에서 유치활동을 펼칠 수 있는 IOC 위원이 선수위원 1명에 불과한 상황' 이라며 '이건희 IOC 위원의 자격 회복을 도와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반드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왔다' 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위기의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잡범들을 모두 풀어준 들 '국익'에 무슨 해가 되겠는가

 

대통령님께서도 사면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이라 하고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직접 거론하며 이 전 회장의 역량이나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선처를 베풀어도 국익에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바라는 강원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 전 회장의 사면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사업을 하다 잘못된 사람들이나 흔히 말하는 '잡범'들은 모두 풀어주어도 국익에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흉악범조차도 풀어준들 뭐 그리 국익을 해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