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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

청소년노동과 인권


일하는 청소년들을 고용한 사업주가 법으로 정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거나 부당하게 일을 시킨 사례가 최근 5년 동안을 기준으로 2,082건, 해당 업체의 수는 992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는 아니고 국정감사 중인 국회의원의 요구에 여성가족부가 제출한 것인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청소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기사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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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청소년의 수는 16만 4천 명이다. <근로기준법>은 만 15세 이상 ~ 18세 미만인 경우 연소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위 국정감사 기사의 내용에는 청소년 노동자가 130만 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청소년기본법>의 청소년 범위는 만 24세 미만인 사람을 포함하므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과연 우리 사회에 청소년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노동 현장에 동원해야 하는 이유가 청소년의 미래를 위한 기술 습득인가 아니면 용돈과 학비 마련의 수단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성인 노동자에 비해 다루기 쉽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상품(노동력)이기 때문인가. 청소년 시기를 대한민국에서 경험한 기성세대라면 더욱더 솔직하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의 청소년은 과거 우리들의 모습이며 그들의 미래는 지금의 우리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자 수는 2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청소년 노동자의 비중은 절대 작지 않다.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배달 노동은 급격히 늘었고 진입이 비교적 쉬운 이 분야의 청소년 노동 역시 늘어나고 있다. 성인 노동자라고 해서 더 나은 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지만 청소년 노동자가 특히 최소한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약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론』 (혹은 『자본 이라고도 한다) - 독일어로는 DAS KAPITAL - 의 한 구절을 보면 청소년 노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진짜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남성노동을 여성노동으로 대체하고 또 성인노동을 아동노동으로 대체함으로써 노동자 수는 크게 증가하였다.


취업하는 어머니는 재봉이나 수선 따위처럼 가족 소비에 필요한 노동을 기성품 구입으로 대체한다. 결국 가사노동이 줄어든 만큼 비례해 화폐 지출은 증가한다. 그러므로 인해 가족의 지출은 증가하여 수입을 상쇄시킨다.


이전에 노동자는 형식상 자유로운 인격체로서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였다. 그런데 이제 그는 아내와 자식을 판매한다. 그는 노예상인이 된 것이다."




폴 라파르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이 가정을 무너뜨리는 19세기의 상황에 대해 핏대를 세웠다.



노동자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노동을 달라고 요구했고, 자신들의 가족에게도 노동이 부과되도록 했다. 아울러 산업계의 귀족들에게 아내와 아이들을 넘겨주었다. 노동자는 자기 손으로 단란한 가정을 허물어뜨렸고, 자기 손으로 아내의 젖을 마르게 했다.


노동자는 자기 손으로 삶을 파괴하고 자녀들의 기력을 쇠진시켰다. 프롤레타리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며칠 전에 전해 들은 청소년 노동자의 상담 사례 중 하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청소년이 사업주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어린 애들은 원래 법으로 그렇게 주게 되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있어도 어쩌다 하나 있는 사례겠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청소년 노동자의 상담 사례 대부분이 본질적으로는 그와 같은 것들이다. 어리니까, 미숙하니까, 세상 물정을 모를 것이니까 속이고 등치는 것이라면 그저 운없게 나쁜 사장을 만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테지만, 진실은 싼 비용에 언제나 구할 수 있으며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청소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요즘 애들이 더 무섭다느니 열심히 일하지 않다가 갑자기 그만둬 힘들게 한다는 식의 투정은 이 주제와는 본질적으로 먼 이야기임을 사족으로 달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