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세월호와 자본주의의 본성




세월호 사건이 자본주의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2015년에 <자본론>의 전면적인 개역판 작업을 마친 후 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신 고 김수행 교수님은 이 책의 '개역에 부쳐'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 펼쳐진 낯부끄러운 일들의 본질적인 이유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체제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칼 맑스가 쓴 <자본론> 제1권은 지금으로부터 152년 전인 1867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분석한 책이니 지금의 대한민국과는 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직은 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고전이면서 고전이 아닙니다. 2019년 현재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힘든 상황에 대한 설명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의 결과 눈부신 발전을 이루던 당시의 영국에서, 넘쳐나는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상품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빈곤에 허덕여야 했던 삶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오로지 일만 해야 하는 노동자계급의 열악한 사회적 지위를 밟고 올라서 있는 자본가계급이 권력을 이용해 착취에 열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흔 아홉 칸 가진 사람이 한 칸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백 칸 채운다"는 속담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입니다. 


맑스의 이야기는 진행형이다.


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도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경전 구절은 독버섯과 같이 노동자들을 마비시켜 버렸습니다. 국가가 잘 되어야 국민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하루하루 버티는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물을 찾아 사막을 헤매는 조난자에게 헛것이 보이는 것처럼 '낙수효과'라는 세뇌는 노동자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죽도록 일하게 하지만 한발 다가서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일 뿐입니다. 


<자본론>은 과학입니다. '노동자의 성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곁에 두거나 읽지는 않는 성서입니다. 죽어라 일만 하는데도 삶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삶의 변화를 향한 투쟁은 신념으로부터 나오고, 신념은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와 문제의 원인들을 정확히 알 때 우러나게 됩니다. 공부만이 살길입니다.




다시 고 김수행 교수님의 <자본론>  '개역에 부쳐' 내용입니다.


1990년대 초에 소련과 동유럽의 이른바 '공산주의체제'가 붕괴했을 때, 자본가계급에 아첨하는 여론조작꾼들은 이제 "영구 불멸할 자본주의체제가 인류를 천년왕국으로 이끌 것이다"고 희희낙락했다. 그러나 자본가계급과 그 아첨꾼들은 자본주의체제의 핵심적 진실을 전혀 몰랐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는 일당 독재의 공산주의체제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자본주의체제는 재산을 가진 자본가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노동력뿐인 임금노동자를 착취하는 사회이고, 부자가 빈민을 억압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는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사회의 지도층이나 부자들이 이 사회를 위해 임금노동자보다 더 큰 일을 하지도 않는다. 재산을 가진 자본가들은 주식회사의 주식을 사서 그 회사의 주인이 된다. 주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그 회사의 이윤을 배당으로 받아 잘 살 수 있다. "노동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격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주주들은 "먹지도 말아야 한다." "주식을 산 돈은 내가 옛날에 열심히 일해서 모든 돈이기 때문에" 지금은 "노동하지 않더라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가가 된 인사들은 자기의 노동으로 새로운 부를 생산하여 자기의 재산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대체로 권력에 빌붙거나 토지와 아파트에 투기하거나 고리대금업을 하거나 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하거나 상공업을 운영하여 일반 대중의 주머니를 털거나 임금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자기의 재산을 증가시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자본가가 근검절약하여 주식을 샀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몇 년 동안의 배당이나 주가 상승에 의해 이미 보상받았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월급쟁이 사장을 비롯하여 임금노동자들이다. 생산라인뿐 아니라 기획 자금조달 판매 기술개발 등 모든 부문에서 임금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회사에 기생하는 주주들이 없더라도 회사의 운영에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금노동자 또는 하급관리들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국회나 법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자본가들이나 부자들이나 고급관리들은 이처럼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더 많은 돈을 벌자는 욕심뿐일 것이지만, 상대방인 임금노동자들은 생산의 3요소(자본 토지 노동)가 남아도는데도 우리가 굶어죽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체제 때문이라는 확신'을 굳히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투쟁'하는 수밖에 없고, 사람 수와 투쟁 경력 및 새로운 사회의 비전에서 부자집단들을 능가하는 일반 대중과 노동자계급이 승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 정치적 사상적 혁명적 지식을 제공하는 책이 바로 <자본론>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체제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다시 말해 자본가계급은 어떻게 돈을 모았으며 임금노동자들은 어떻게 모든 것을 잃고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는가를 알려준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도 1년동안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거부하는 현 보수정권은 언제나 집권세력은 오로지 자본가계급과 이들의 정치적 사상적 대변자들의 재산 증식과 권력 확대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체제의 기본 특징'이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모두가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제에 이번에 개역하는 <자본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한없이 빈다.


2015년 7월 김수행





교수님은 2015년 7월 31일 오전 10시 30분(미국 현지 시각, 한국 시각은 8월 1일 오전 1시 30분) 눈을 감으셨습니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한없이 빈다는 말씀처럼 세상이 아름답게 바뀌길 원하는 모든 이가 읽어보고 공부하기를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