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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작은 연못

 

  

 

 



영화는 매우 간략하게 사건의 배경과 전쟁의 전후를 생략한다. 한 마을이 등장하고 그 시대의 여느 시골마을이 그랬을법한 모습들을 그들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념이나 가치 미군과 한국 군대, 또는 북한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전쟁이 났다는 상황만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도회지에 살던 등장인물이 전쟁을 피해 이곳 시골로 피해 온 정도가 전쟁을 알리는 도구일 뿐이다. 이들은 조상때에도 난리가 일어나면 숨어들어 마을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전설 정도를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며 일상처럼 전쟁을 겪어온 듯이 약간의 걱정을 섞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전쟁이란 조상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불과 몇년전까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피해자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군이 마을에 들이닥쳐 곧 전투가 벌어질 것임을 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군 지프차에서 마을 사람들을 향해 내용을 알리는 통역은 일본어로 고지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조상들이 난리 때 숨어들었다는 골짜기를 향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미군은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이동을 명령하여 산을 내려온 사람들은 기찻길을 따라 걷게된다. 

 

기찻길을 따라 걷는 마을 사람들 앞에 미군이 나타나서 제지를 한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앉아서 대기를 하게 되는데 얼마가 지나서 이들을 앞뒤에서 제지하던 미군들이 호각소리를 신호로 철수를 하고 마을 사람들만 남아있게 된다. 이윽고 하늘에서 미군 전투기가 나타다더니 양민들을 향해 무차별로 총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산등성이의 미군 진지에서도 총알과 포탄이 날아들며 기찻길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다. 생각할 겨를이고 뭐고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피해 보지만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일단 다리 아래로 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린다. 그러나 그곳은 오도 가도 못하고 생매장을 당해야하는 그들 모두의 무덤이었다. 다리 양쪽 산등성이의 미군은 10만 발이 넘는 총탄을 겨우 300여 명의 무고한 양민을 향해 쏟아붓는다. 몇몇의 남자들은 맨몸에 진흙을 바른 후 어둠을 이용해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갓난아이의 울움 소리에도 날아드는 총탄 세례에 마을 사람들은 아기에게 원망을 돌리고 결국 아기는 아버지에 의해 세상과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왜 이래야 하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생존의 본능만이 이들을 감싸고 있다.

 

 

 

 

영화는 이렇다 저렇다 말 없이 이 사건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끝을 맺는다. 어느 쪽 군대가 나쁜 놈이었는지 설명 따위를 붙이지 않는다. 물론 총탄이 퍼붓던 순간에 자막으로 이유는 알려준다. 기밀 해제된 미군의 당시 통신문에 따르면 미군은 지도상에 군사적 라인을 그려놓고 그 이하로 내려오는 경우 양민이고 뭐고 없이 사살하라는 지시였다. 미군 현장 지휘관은 무전기에 대고 "이들이 무고한 양민"임을 말해보지만 지시는 내려지고 그대로 이행을 하게 된다.  

 

 

 

 

 

 

전쟁이란 인간을 원초적으로 만들어버린다. 가치고 이념이고 날아오는 총탄 앞에서는 사치일 뿐이다. 네가 잘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전쟁의 책임이 너에게 있느니 없느니 하는 따위는 존엄한 생명체인 한 사람의 인간 앞에 말장난일 뿐이다. 전쟁은 사람을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