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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노동조합을 시작하며 마주하는 어려움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절차에 따르면 됩니다. 두 명 이상이 설립총회를 마친 후 설립신고서에 양식만 갖추어 제출 하면 해당 관서에서는 3일 이내에 설립필증을 반드시 발급해야만 합니다.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규합하고 회사측의 방해공작 등을 막아내며 설립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노동조합은 헌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의 법률에 의해서 누구나가 자유로이 설립할 수 있고, 이후 법률의 보호를 받으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보호와는 거리가 멉니다. 회사측의 다양한 방식의 탄압이 시작되며 국가와 법은 둘이 알아서 싸우라는 식입니다.

 

 

그러므로,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는것이 선결과제입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때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처음 직장 동료들이 의기투합하여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소모품 쯤으로 여기는 회사측의 태도,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권리 조차도 행사할 수 없는 환경, 어느날 갑자기 닥친 근로조건의 저하와 해고 등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이란

 


첫째, 같은 노동자조차도 노동조합을 불순한 조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과거 독재정권의 세뇌교육 덕에, 일단 '노조'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위축시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에도 오랜 세월 국가를 빙자한 독재세력의 공포정치의 결과입니다.

 


둘째, 같은 노동조합이라 해도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요즘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등, 몸담고 있는 직장에 따라 그 노조의 싸움의 모습은 천양지차가 납니다.  

 

노조 설립 후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가 '연대' 라는 단어지만 연대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은 '그들만의 리그' 즉,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자들끼리의 연대일 뿐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노동조합들은 약자인 노동조합들에게 진정성 있는 연대를 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과 상급단체인 연맹(또는 산별노조)은 '투쟁'과 '단결'을 부르짖지만 정작 행동은 외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셋째, 법은 법일 뿐 현실과는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측에서 임금을 주지 않아 체불이 되면 노동부에서는 조사를 한 후 체불임금을 확인해줘야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체불임금을 사측에서 내놓지 않고 버티면 결국 민사소송을 해서 받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어느 세월에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며 싸울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사측에서 맞고소 등의 막가파식 행태를 보일 경우 맞서 싸우는 것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거기에 더해, 만약 1년짜리, 6개월짜리 비정규직의 노동자는 계약기간 만료 후 사측의 계약해지라는 칼날 앞에서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끝으로, 노동자들 스스로의 문제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인간사회, 또는 조직에서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내용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결론은,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은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것이며 그 몸부림의 와중에서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고(헌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적법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깊은 고찰과 세세한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들을 어떻게 아우르고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현재 내 동료들은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저 눈 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인지 등.

 


일단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는 회사와 어떻게 대화와 싸움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 우리 현실에서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나아가야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회사가 막가파식으로 나올 때 과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현명한 것인지. 노조의 동지들의 다른 의견들을 수렴하고 결정할 때, 무조건 민주적 절차에 의할 것인지. 법적으로 부딪혔을 때 승산이 있는지... 당위로서의 결과가 아닌 현실적 결과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논의와 심사숙고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몇몇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기업의 노조가 아니라면 너무도 힘들고 먼 길이다. 물론 싸움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이길 준비를 마친다음에 시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주변의 조언을 듣고, 나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시작해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는 진리를 외면한 채 시작한다면 백전백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