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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

청소년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저급한 시각

 

고용노동연수원의 소개 글을 보면 자신들이 노동 관련 교육기관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간하는 자료들 중 인터넷 홈페이지에 웹툰의 형식으로 올려져 있는 '청소년고용노동 사이버교육'은 책자 형태로도 발간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임금 받는 노동을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들이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자료를 읽어보니 노동 관련 법령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어서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철학의 부재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노력의 댓가를 버는 기특한 일이라고 칭찬을 할 일인지 의문입니다. 취직인허증을 발급받아 취직하는 일에 대해서는 사회 경험을 미리 해보는 좋은 취지의 내용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15세 미만이거나 혹은 그 이상의 나이인 청소년들이 힘들게 노동을 해봄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체득하고 자신이 번 돈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가로운 '체험 삶의 현장' 식으로 노동을 즐기기엔 우리 사회의 현실이 혹독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가정의 따뜻함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제도적인 뒷받침 속에 성인이 된 후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시기이어야 합니다. 간혹 실제로 경험 삼아 노동을 체험하려는 청소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는 전체 노동하는 청소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족한 용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부모님의 힘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온갖 부조리와 비인격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일터에 나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은 도외시한채 15세 미만의 아이들이 일하러 나오는 것을 '당당'한 일이라고 부추기며 싼 임금에 함부로 부릴수 있는 저임금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청소년 헌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청소년이 노동의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함으로써 청소년의 노동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듯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 헌장'의 첫대목은 청소년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보장받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청소년이 장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클 수 있도록 국가는 기본적인 보호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한 틀 속에서 자연스레 청소년들이 노동을 체험하는 것이라면 환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돈 벌러 나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본질은 감춘채 아이들의 노동이 마치 당당한 체험인 것처럼 왜곡하고 오도하는 것은 공공성을 띤 기관에서 할 일은 아닐것입니다. 노동에 관한,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의 저급함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