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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책 박스를 들어 나르는 여성노동자를 보고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기 위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렀습니다. 이것 저것 책을 골라 살펴보고 있는데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한 여성 직원이 무언가를 번쩍 들고 와서 내 옆에 내려 놓습니다. 한눈에도 꽤 무거워 보이는 플라스틱 상자에는 책이 담겨 있었습니다. 무게를 가늠해 보기 위해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들어봤습니다. 최소한 30 킬로그램은 족히 넘는 중량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무거운 책상자를 양손으로 들은 채 걷다가는 자칫 허리를 다치기 십상입니다. 특히 내려 놓은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내가 상자을 내려 놓는 순간 직원이 돌아와서 눈이 마주쳤습니다. 서로 눈웃음을 교환하며 헤어졌지만 그 웃음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근로기준법에는 여성과 소년은 특히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들을 보호한다는것 자체가 넌센스가 아닌가 합니다. 아이와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서야 하는 세상. 겉으로는 진취적인 여성이라고 치켜 세우는가 하면 여성의 자기개발이 필요한 시대라고 떠들지만 저토록 무거운 짐을 나르는 여성노동자가 무슨 진취적이고 자기개발의 목적으로 일을 하는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근로기준법의 여성 보호 조항들은 주로 임신한 여성과 출산후의 여성을 보호하는 규정들입니다. 일반 여성노동자는 딱히 보호하거나 무겁고 험한 일을 규정하는 내용들의 없습니다. 남녀 평등의 시대니까 당연한것 아니냐고 반문할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성이건 남성이건 책 판매를 목적으로 취업한 노동자가 무거운 짐을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날라야 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치지 않도록 무거운 짐을 나를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노동법은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그  기본정신이기도 하거니와 근로계약시 서로가 정한 업무만 시키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