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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법

임금피크제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은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들어 임금피크제에 관한 말이 많다. 2015년 들어 임금피크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2016년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발효되는 것을 빌미로 정부가 불을 지피고 기업이 발을 맞춰 노동자 임금 삭감의 좋은 기회로 악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란 55세까지의 최고(피크) 임금 대비 8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2003년 신용보증기금의 노사가 그 첫 사례라고 한다. 당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고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짜낸 고육지책이었으므로 지금과 같은 재벌기업의 최대 호황기에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고통을 감내한 국민들에게 원상회복의 차원에서 임금 인상과 복지의 증대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할 것을 규정한 법률의 취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 유지를 위해서 일 것이다. 아이를 낳기 위해 직장 생활을 그만 두었던 여성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안전망인 셈이다.

 

 

그러한 취지는 도외시 한 채 정년을 늘려줬으니 임금 삭감에 동의하라는 논리는 전혀 다른 사안을 어거지로 꿰어 맞추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정부(고용노동부)와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들이 이와 같은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과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임금개편, 필수 사항이 아니다

 

 

기업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는 정부(즉 고용노동부)는 앞장 서서 기업들에게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종용하고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임금피크제에 동의 ·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일까? 또한 노동자(또는 노동조합)는 임금체계를 개편하자는 기업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래야 할 법적 근거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노무 관련 전문가들을 비롯한 기업의 대변자들은 꽤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내어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행태는 노동자를 단순 도구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들의 수준 낮은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서로 다른 두 기사를 보더라도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한 시각차를 알 수 있다.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나눈다<한겨레21 기사>

 

"정리해고 보단 낫다" 임금 피크제 확산<조선일보 기사>

 

 

 

기업은 노동자들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변경만 하면 된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만 하면 된다. 긴 말 필요 없이 그뿐이다. 근거는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이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高齡者)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 (정부의 책무) 

 

정부는 고용에서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관행을 해소하기 위하여 연령차별금지정책을 수립·시행하며, 고령자의 고용에 관하여 사업주와 국민 일반의 이해를 높이고, 고령자의 고용촉진과 직업안정을 꾀하기 위하여 고령자 고용촉진 대책의 수립·시행, 직업능력개발훈련 등 필요한 시책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제4조 (사업주의 책무) 

 

사업주는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해소하고, 고령자의 직업능력계발·향상과 작업시설·업무 등의 개선을 통하여 고령자에게 그 능력에 맞는 고용 기회를 제공함과 아울러 정년연장 등의 방법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모든 국민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규정한 헌법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에 관한 차별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위와 같은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니 정부는 이를 해소할 방법을 종합적으로 찾아서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이에 따르라는 것이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의 의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으며 여러 조항을 통해 그 실현에 대해 국가에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55세 이상인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해 줄테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금 삭감을 감수하라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기업들의 주장인데,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고령자들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치 기간제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한답시고 만든 비정규 보호 법들이 결과적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을 대량해고와 저임금으로 내 몬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기업들의 어거지 논리, 맞장구치는 고용노동부

 

 

기업들과 정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55세가 넘은 고령자의 경우 업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신 젊은 직원을 채용하면 기업에 더 많은 매출을 올려줄 것인데 고령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만큼 업무능력이 좋은 젊은이를 채용할 수 없게 된다. 국가에서 만든 법이 60세 이상으로 늘리라고 강제하니까 그에 따르기는 하겠지만 매출을 줄어들게 할 고령자들 당신들도 염치가 있다면 임금 삭감에 동의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기업들과 노동관련 돈벌이를 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학자들과 고용노동부까지 광범위하게 주장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혹세무민에 가깝다. 55세 이상인 노동자의 업무능력이 낮다는 주장이 요즘과 같은 시대에 맞는 것인가 의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미래에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가정한 후 임금 삭감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아다. 임금 삭감의 근거로 드는 유형은 몇 가지가 있으며 크게는 아래와 같이 '정년 연장'의 경우와 '재고용'을 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1. 정년 연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발간 자료

 

 

 

  • 60세 이상으로의 정년 연장은 법률이 강제하는 규정이다.
  • 56세 이상은 당연히 60세의 정년이 보장되도록 변경해야 한다.
  •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56세 이상의 경우 임금 삭감을 하면 보조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임금 삭감을 은근히 유도하고 있다. 
  • 이 논리에는 56세 이상인 노동자의 업무능력이 임금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삭감 규정을 두려면 반대로 56세 이상의 노동자 업무능력이 과거와 같거나 향상될 경우 임금 인상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 아래 '재고용'의 경우도 정년 연장의 경우와 같은 시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당연시 하고 있다.

 

 

 

2. 재고용의 경우

 

 
고용노동부 발간 자료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라는 법률의 취지는 수명 연장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조기 은퇴에 해당하는 60세 미만의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며 노동자 개개인의 질적인 삶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정규직의 문제는 청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점점 정상적인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 기업들의 공세에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업무를 해내고 있다. 이들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보다 훨씬 상회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지 5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한다면 고용노동부는 정부의 해당 부처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품의 생산을 위해서는 토지와 자본, 그리고 노동이라는 세 요소가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사회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판매자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민법상 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형법상으로는 사기 등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노동력은 상품이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는 판매자인 노동자에게 있다. 2016년부터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서 기업들과 고용노동부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그럴듯한 왜곡논리로 임금삭감의 빌미를 찾은 것이다. 노동자들을 조삼모사 이야기의 주인공인 원숭이 취급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투쟁을 하지 않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만이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결론

 

  • 2016년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 헌법과 국가의 정책에 의해 바뀌는 당연한 일이므로 노동자는 가만히 있으면 된다.
  • 56세 이상이라고 해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는 임금 삭감에 동의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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