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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2014년을 보내며

1984년에 백남준은 서울과 뉴욕, 파리, 베를린을 인공위성으로 연결하여 각국에 중계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했다. 1984년이 되면 기술의 발달을 이용한 감시체제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조지오웰의 우려에 대해 '자~ 1984년이 되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단지 텔레비전이 바보상자 기능을 하는 정도라며 박살을 내는 행위예술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 범죄 용의자의 움직임이 골목마다 수없이 설치된 cctv와 길거리를 지나는 차량의 블랙박스에 의해 검거되는 일을 볼 때 악용될 경우 조지오웰의 우려가 현실로 연결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아예 50년을 거슬러 이승만의 백색테러정치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탱크정치의 시대로 되돌려진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어쩌면 갈릴레오 갈릴레이 당시의 유럽처럼 지구가 돌지 않는다고 대답해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엄청난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발전하는 것에 비례해 수구세력의 독재 방식도 세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굳이 탱크가 나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IT강국 답게 컴퓨터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선거, 텔레비전으로 보이는 것이 진실임을 믿게 만드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닌 세상이 된것이다.<영화 왝더독> 이제 밥은 먹고 사는 세상인데 노동착취라는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는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에게도 먹혀 들어 가난한 삶이 자신의 탓이라고 믿게끔 만들었다. 정치를 비롯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전체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노동문제는 그나마 겉으로 부각되는 유일한 관심분야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삶의 기준은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 부자의 기준이라는 10억 원을 가져봤자 10조 원 가진 재벌 옆에 서게 되면 가난한 이가 된다. 문제는 밥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사회에서 둘 사이의 비교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어 살던 시절에는 가뭄이 들면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곯아야 했다. 조국 근대화를 자신이 혼자 달성했다고 외치던 한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는 그들 말대로라면 지금은 매년 풍년 아닌가. 하늘에 의해 농사를 망쳐 모두가 가난하게 사는 것이라면 그러려니 체념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월급 받은지 보름이면 돈이 다 떨어져 생필품을 살 수 없어 카드로 구입하여 연명하고 있다. <기사참조>


독재의 희생양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뜬 분들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잔학한 정치사건들을 세상에 알리는 등 민주화와 함께 했던 제임스 시노트 신부께서 영면하셨다. 불과 두 달여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십년이 지난 그당시의 일들을 소상히 전해주는 신부님의 말씀 중 힘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한국은 지금의 방글라데시(저임금의 노동착취를 말 함) 정도여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본주의 국가의 입장에서는 설령 4배의 임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하지만 실제로 임금을 올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기적은 옛날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속아서 열심히 일 한 노동자들이 이룩한 것이라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며 2015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들 역시 끊임없는 세뇌교육에 과거의 노예, 노동자와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텔레비전 방송을 믿고, 인터넷을 신봉하는 시대에 독재는 세련되고 쉽게 이루어 지는 시대가 되었다. 본질을 볼 수 없는 시대, 다시 지구가 돌지 않는다고 허위자백을 해야하는 시대, 조지오웰이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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