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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ytn 해직기자들과 민주노총의 직선제

이명박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섰던 ytn의 기자들이 해직된때로부터 만6년이 지났다고 한다. 낙하산 인사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의 여론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자들의 우려는 6년이 지난 지금 보면 정확하다못해 국민들 가슴에 깊이 파고들어 아픔을 주고있다. 종편방송들의 선전선동은 마술사가 주문을 외우듯 24시간 반복되어 많은수의 국민들을 최면에 들게했다. 해방 이후의 혼란한 시기부터 이승만과 반란군 박정희와 전두환 세력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식인 동원된 여론 조작을 통한 국민의 양분화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세력은 물론 협업관계에 있는 수구 전체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는 현실에 이르렀다.

 

2008년 이명박의 집권 이후 오늘날의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저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은 반대 목소리를 일단 윽박지르는 방식으로 억압하고 소송을 남발하는가 하면 해고라는 극한의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괴로움을 안김으로써 기득권에 맞서는 행동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일관되고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자들의 투쟁에 2009년 노동조합은 파업투쟁에 돌입하는 등으로 정체성을 유지한채 하나가 되었고 민주노총은 산하 노동조합들이 연대를 결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명박 정권을 대상으로 한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야기의 줄거리는 거기까지다. 수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서울역에서 숭례문 사이에 있는 ytn 건물을 지나며 기자들을 향해 '힘내세요'를 외쳤고 서울시청에 모여 'MB타도'를 합창하며 마치 세상이 바뀔것 같은 감흥을 느끼며 서로 격려하기도 했으나 한때의 추억으로 묻혀진채 해직기자들은 대법원의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다가오는 12월에 시행될 임원선거 공고를 최근 발표했다. 1995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임원선거에 출마하는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선거를 조합원들의 직접선거로 치름으로써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의 반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직이 더욱 단단해지고 여기저기서 난타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선제라고 하니 '87년 민주항쟁'을 지나 오늘에 이르는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이 스쳐 지나며 직선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자신의 친위세력 몇명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의 뒤를 이은 반란군 전두환이 호헌을 선언하자 불같이 일어난 국민들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개헌을 달성했다. 하지만 불과 20여년이 지나는 시점에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잃어버린 십년을 외치더니 급기야 반란군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청와대를 장악하는 사건을 목도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의 학교다. 조합원 한사람한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여 동료와 손을 잡고 세력으로서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조직이자 내부적으로는 온전히 조합원인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과 실천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끊임없는 학습과 교육, 그리고 토론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주인의식을 갖춘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합 운영에 적극 참여하여 탄탄하게 다듬어진 하나하나의 노동조합들이 하나가 되어 산별노조가 진정한 의미의 노동조합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투쟁력을 갖춘 산별노조들이 뭉쳐 민주노총이 모래알의 집합체가 아닌 이땅의 하나뿐인 노동자 대변세력, 아니 노동자 스스로의 주체성을 기본으로 하는 단일 노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할것이다.

 

ytn의 해직기자들 사태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간 노동자에 대한 수구권력의 탄압은 강도를 더해 왔고 적지 않은 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이때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향해 '가만두지 않겠다' '물러나라'는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어느때는 청와대 앞에 가서 '해달라'는 요구를 늘어놓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진보세력들이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들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세력의 핵심정책은 노동탄압이므로 수많은 조직들 중에서도 앞장서서 싸워야 할 세력은 바로 민주노총이며 실제로 투쟁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 역시 민주노총이 유일무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안에서 노동조합의 투쟁력에 관한 개념조차 잡혀있지 못하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때론 설득하고 때론 부탁하여 몇천 몇만명을 광장에 모이게 해서 고함지르고 행진하는 것을 투쟁으로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최근의 세월호사건을 보더라도 박근혜나 새누리당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청'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그렇게 읍소하고 하소연해서 바뀔 그들이라면 이미 그러한 사고조차 나지 않도록 국정을 운영했을 것이다. 저들이 바뀔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무서운 세력이 되는것 뿐이다. 그것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투쟁력이란 내가 상대에 맞서 싸워 이길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체질을 강화하여 싸울수 있는 힘을 길러야하며 무엇을 대상으로 어떻게 싸울지를 결정한 후 일관되게 투쟁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싸움에 필수적인 요소가 노동자 각자의 주체적인 투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것은 누가 선동해서 될 일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인임을 자각하고 세상의 변화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의식의 전환 없이는 불가하다. 또한 노동자들을 이끌 책임이 있는 노동조합이 한줌거리도 되지 않는 종파적 행태에서 벗어나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운영을 보여줄때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함께 투쟁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임원으로 누가 출마하는지 관심도 없는 노동조합원, 의사결정은 대의원회의나 간부회의에서 확정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학습은 전무하여 오로지 교섭에서 무엇을 더 따내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노동조합, 지도부 장악에 혈안이 되어 주인인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무시하거나 몇몇의 세력이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노동조합, 그러한 행태들로 인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등을 돌리고 마지못해 조합비나 내는 그러한 노동조합이 건재하고 있다면 민주노총의 직선제 선거는 변화의 기회보다는 그들만의 리그,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될 것이다. 청운동 보다는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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