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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기업면허증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자들은 언제나  '경제가 중요하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목청을 높인다.  여기서 경제란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만의 이윤을 남겨 그에 기생하는 주주와 정관계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을 말한다. 경제의 중심축인 노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형식상 인정하는 척뿐이다.  일자리라고 해봐야 악덕 용역회사와 불법파견, 위장도급 등의 비정규직 노동을 해야하는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고 그나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힘있는 자들이 구태여 노동자들을 돌아볼 이유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땅 대한민국이 헌법이 지배하는 법치사회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라도 최소한의 사회질서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닐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우리는 죽지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일때 건너고, 좌우를 살펴야 목숨을 부지할수 있다고 사회는 가르친다.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을 하고 나면 소양교육을 받는다. 비록 짧은 시간의 교육이지만, 이미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실제의 상황에서 숙지해야할 내용을 가릐는 것이다. 교통사고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사소한 문제로 기본적인 질서를 어기는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육을 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문제 없이 살 수 있어야 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넘쳐나는 실업자와 구직자들로 인해 재벌과 권력자들 눈에는 노동자가 아무리 죽어나가도 별 문제 없을것처럼 보이기는 하겠지만 모든 세상 일에 한계와 끝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위해서라도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의 사고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사업자로서의 자격을 국가로부터 얻어야 한다. 국세청에 신고를 하면 사업자등록증 이라는 것이 발급됨으로서 형식적 요건을 갖추게 되어 사업이 개시된다.  이 과정에서는 운전면허 취득과정에서의 교육과 같이 사업 운영시 발생할 수 있는 위법사항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것인지 알려주는 곳도 역시 없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노출되면 결국 그 피해는 기업이 입게 될 것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는 질 낮은 우리 사회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보지는 않는것 같다.

 

재벌기업들이야 로비와 관리로 그 기반을 탄탄히 해오고 있으며 넘쳐나는 입사지원자들이 있으므로 굳이 노동관련 법규를 알 필요도 없고 지킬 필요는 더욱 없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악의적인 불법 의사가 없는 평범한 사업자들은 본의 아니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수준 낮은 사회성 인식에 의해 그저 최저임금 자체가 임금의 기준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법규의 홍보와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건전한 개인사업자로의 전환을 유도할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대우하여 안정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야만 결국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오며 사회의 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는 헌법과 노동관계법률의 취지를  알려주는 곳은 학교에서조차 가르쳐주기 않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살아온 개인 사업자가 주변 사업자들로부터 배운 관행에 의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속이거나 윽박지르는 방식으로 이윤을 늘리는 것은 OECD 국가중 삶의 질이 하위에 그치는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 현실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법률을 잘 몰라서 위반한 사업자가 노동관서에 불려다니고 처벌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운전면허증 발급시 시행하는 짦은 소양교육 정도라도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교육 이수 후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하는 것이야말로 큰 비용 없이 성숙한 우리 사회로 발돋움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라고 가르친다. 그러한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이 얼마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노동자들은 물론 사업자들도 알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것이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희한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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