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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선거와 데모, 민주주의

 

지난 6.4 지방선거에 이어 7월30일에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선거의 기능은 전체 구성원들의 의사를 모아 그 사회의 운영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것에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참여도가 워낙 낮다 보니 선거가 민주주의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가 되어버린듯 하다. 여기서는 선거의 헌법적, 정치학적인 논의가 아닌 일반적 이야기를  짧게 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경우 5년마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4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최초의 선거라면야 어떤 인물이 가장 적합한 후보인지를 평가해서 뽑게 된다. 하지만 두번째부터의 선거는 뽑는 기능만 있는것이 아니다. 지난 임기동안 주권자들이 위임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따져 물어 그 책임을 추궁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는 것이 선거다.

 

그러므로 한 번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는 출마할 수 없는 단임제는 선거의 성격상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을 거치는 찬란한 독재의 계보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1987년의 헌법 개정으로 단임제를 못박았다. 중임이 허용될 경우 임기를 마친 현직의 후보가 다시 출마하여 탈락하게 된다면 그것은 유권자들이 다음과 같이 전임자를 꾸짖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신은 지난 임기동안 우리가 부여한 권한을 맘대로 휘둘렀을뿐 임무는 수행을 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우리 주권자들은 당신을 내쫓기로 했으니 반성과 숙고의 시간을 가지라."

 

선거를 앞 두게 되면 여기저기서 지지선언이 이어진다. 후보 간의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의 정책과 공약을 받아 안기도 하며 당선 후의 약속 이행을 다짐한다. 하지만 몰염치하고 비정한 정치의 세계에서 한 약속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더 쉬운일이기도 한 것 같다. 시민단체들은 - 그들이 시민들을 대표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차치하고 - 선거에 임박하여 특정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곤 한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겠으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선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위임받은 직무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후보에 대한 평가는 다음의 선거를 통해 반드시 물어야 한다. 시민을 대표한다고 자처한 사람들이라면 시민들을 대신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존중의 몸짓일것이다.

 

지난 임기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자가 다시 출마하여 시민들의 도움을 바란다는것 자체가 몰염치한 일이지만 설령 그러한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재당선된 이후에 지난 임기의 잘못을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재당선 이후에 하나하나 법과 양심을 바로 세우는 자세를 보인다면 그때 시민단체들이 마음의 지지를 보내더라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자칭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다급한 마음에 손을 내민 몰염치의 후보 손을 덥썩 잡아 주는 행위는 엄밀히 말하자면 시민에 대한 배신이요 선거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일에 다름 아니다. 선거의 기능을 인식하면서도 그런 행위들을 하는 것이라면 비도덕적인 것이요, 몰라서 그러는 거라면 그 무지가 시민의 수준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고 말 할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4년 전의 약속을 지켜줄것을 하소연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단체 대표들.(해당 후보의 홈페이지 사진)

 

 

공공부문에서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약속 후 당선된 지자체 장이 4년간 약속의 불이행은 물론 자신에게 읍소하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호소를 강 건너 개짖는 소리마냥 바람에 날려버리는가 하면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하급 공무원이 방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인가, 재신임을 물으며 출마한 자에게 지지선언을 하는 현실은 우리의 현주소를 민낯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데모, 즉 행동으로 보여주고 저항하는 방식은 가장 직접적인 민주주의의 표현형태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인 우리 헌법 제21조에서도 집회와 결사, 그리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모여서 함성 지르는 것은 연대투쟁이라고 말할수 없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보듯 흐름을 읽지 못하고 개인적인 전술훈련과 체력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단순히 한팀을 만든다고 해서 승리를 따낼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팀이 위태로워 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전문성을 키우고 민주주의의 기능에 대해 고민하며 흐름을 읽으면서도 낮은 자세로 조용히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연후에 그 힘을 모아, 저들에게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되어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다수가 행복한 세상,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은 힘차게 내딛으면 될 일이다. 그것이 데모, 즉 민중에 의한 민주주의 세상이며 선거는 보조수단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는 달라질 것이며 이것의 방향 결정은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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