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소년노동

노동과 청소년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면서도 도면 그리는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에게 허락을 받은 후 찍은 사진.

지난 6월 12일 경기도의 한 공업고등학교에서 '청소년노동인권' 수업을 진행했다. 내가 들어간 반은 전체 25명이지만 20명이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인간의 권리가 어떻고 노동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엎드리는 아이들이 다수. 의외로 눈 동그랗게 뜨고 보는 아이가 서너명이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교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훌륭했다.

 

그나마 열심히 듣던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설명하시는거 진짜 듣고는 싶은데요 제가 지금 그럴 상황은 안돼요. 이해해 주세요. 귀로 들을게요." 너무나 피곤해하던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한 후 엎드린다. 그런데 이녀석은 간혹 내가 질문을 던지면 고개를 들어 대답하고 다시 엎드린다.

 

또다른 한 아이도 나름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책상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열중이다. 무엇을 하는것인가 물으니 전자회로를 외워서 그릴수 있어야 한단다. 오후 수업에 시험도 쳐야 한다는 이 아이는 열심히 그리다가도 한번씩 나와 눈을 마주친다. 모두가 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피곤해 하는 아이도 안쓰럽고 회로를 외워야 하는 아이에게는 뭔지 모를 미안함이 밀려든다.

 

아이들의 교복 입은 모습만 봐도 바다에서 희생된 또 다른 아이들이 오버랩된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회로를 외워서 몇 달 후엔 취업해서 도면 보면서 납땜 하고 조립하고, 그런 기능인을 만들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청소년' '노동' , 두 단어가 어울리는 것인가. 고등학생인 이 아이들이 없으면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돈다. 어쨌든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써먹을 수 있도록 하나라도 알려주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청소년 헌장」은 청소년을 위해 지켜져야 하는 권리를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 청소년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보장받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출신·성별·종교·학력·연령·지역 등의 차이와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사적인 삶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건전한 모임을 만들고 올바른 신념에 따라 활동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배움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자아를 실현해 갈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일할 권리와 직업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여가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건전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자신의 삶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다.

  • 청소년은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