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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노동절

1890년부터 시작된 노동절. 2014년 노동절 대회가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렸다. 노동절은 120여년 전에 일어났던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 의미를 되새기며 수많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또한 한 해의 노동진영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여 현재의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에 나침반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광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서울역사 앞의 공간에서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는 대한민국의 노동절 집회가 열렸다. 무슨일인지 의아해하며 길을 지나는 행인부터 열차 출발시간에 늦어 발을 구르며 군중 틈을 힘겹게 헤집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행객들은 아랑곳 없이 스피커에서는 뭔지 모를 앵앵거리는 소리와 투쟁 구호만 바람결에 날아든다. 롯데의 간판은 자본의 승리를 자축하듯 떡하니 위에서 미소 지으며 내려보고 있다. 이 재벌기업은 민주노조 탄압과 말살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서울역을 출발해 남대문과 명동을 거쳐 서울시청앞까지 행진하기 위해 나서는 행렬이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을 경찰이 막아서며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통에 멈춰서 있다. 민주노총의 임원 등 지도부가 노란 현수막을 펼친 채 대기하고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는 듯하다.

 

 

 

행진이 시작되자 버스 등 차량이 모두 정차해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있다.

 

 

 

남대문 시장 근처 길가의 작은 호떡가게에서 두어명의 젊은이들이 호떡을 만들어 팔고 있다. 부산에서 유명한 이 호떡으로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는 젊은이의 손은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있어 작지 않은 화상에 시달리고 있는것으로 보였다. 바로 앞을 지나는 시위 행렬이 이 젊은이들과는 무관한 일처럼 느껴져 노동절에 대해 한두가지 묻고 싶었으나 그만 두고 호떡만 한개 사 먹으며 행렬의 뒤를 따랐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건너편 명동입구을 지나는 시위행렬을 바라보는 행인들. 차량과 지나는 쇼핑객들에 가려 불과 10여미터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몇몇의 행인들은 신기한듯 사진을 찍기도 한다. 들리는 말은 거의 중국어 일색이다. 쇼핑 대한민국을 외치며 노동절 휴일을 떠나온 중국인들과 그들을 맞아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온통 중국사람들 물결이다.

 

주인공이어야 할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절. 최소한 올 한해의 노동운동 방향 설정조차 없는 노동절. 세월호 사고에 대한 규탄과 정부 비판 일색이었던 노동절. 노동조합이 현재 남아 있는 인원만이라도 어떻게 제대로 조직을 단단히 하고 민주적으로 더 성숙해서 사회의 견인차 역할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의 책임있는 역할을 맡아낼것인가 하는 이야기 등은 없었던 노동절. 서울시청앞까지 알아서 걷고난 후 알아서 해산하는 평화로운 노동절 집회와 행진이었다. 며칠 지나서 민주노총의 중요한 회의 내용이 노동뉴스에 등장했다. 향후 5년간 조합원을 100만명으로 늘리겠노라고... 200억원을 들여서. 그냥 현재 있는 노동조합만이라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면 그들에 의해 100만 200만 아니라 1,000만명의 조합원으로 늘어나는 것이 꿈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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