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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시사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모독

최근에 일어난 참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원인을 두고 각계의 전문가들이 방송이나 신문 등의 언론에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모아진 내용들을 보면 몇가지로 압축이 되는듯하. 선장과 선원들의 비윤리적인 직업의식, 무단으로 선박의 구조를 변경하는 등의 기업 운영행태, 그리고 그 모든것을 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법과 탈법의 일상화가 그것들이다. 즉 개인의 비윤리 부분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나누어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개인의 비윤리적인 행위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근거로 드는 비정규 문제는 초점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시각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업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각주:1]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있어 (사고의) 배는 다만 '밥벌이를 해주는 임시적 일자리'에 지나지 않았다[각주:2]는 논거는 비록 그것이 비정규 노동의 문제를 짚고 사고를 일으킨 구조적인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객관적 현실과는 많이 다른 주장이다. 그것도 진보 진영의 여론을 이끄는 언론이나 인사들로부터 나온 주장이라면 우리 진보가 노동과 비정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직업의식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주장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을 해내기에도 벅찬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지만 그러나 어느 직장에서든 여러가지 불합리한 문제들을 정확히 짚어내 자신이 속한 기업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노동자들 역시 존재한다. 이렇게 자신의 조직을 위해 고민하던 노동자들 중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결국 노동조합의 설립 등으로 시스템을 바꿔보고자 노력하게 된다. 즉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한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회사를 망하게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역설적이게도 기업에게 있어 보배와 같은 존재들인것이다.

 

간접고용 또는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 형태의 비정규노동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인해 사용자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업무의 강도를 높이거나 동료와의 경쟁심을 키우는 경우도 생긴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꿈꾸기조차 힘들며 동료들과의 화합보다는 개별적으로 회사에 잘보여 재계약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 비정규라는 비인간적 고용형태가 야기하는 직장내의 비윤리적 문제들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렇다해서 비정규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이기 때문에 직업윤리가 낮거나 아예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찾아내어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자본 시스템은 근본적인 문제다. 여러가지 문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들춰냄으로써 열악한 노동환경의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멀쩡히 일 잘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을 마치 비정규이기 때문에 직업윤리의식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식의 주장은 피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용 절감의 문제이므로 안전과 관련 있는 업무의 경우 사고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을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하여 인건비를 줄이고 역시 비용의 문제로써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구조의 문제가 이번 참사의 원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 비윤리'의 등식은 인정할 수 없다. 즉 이번 사고의 원인을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의 윤리의식 결여나 일탈의 문제로 결부시켜서는 안된다. 각각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윤리의식 없이 대충 월급이나 타먹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잘못될 인식이 사회에 고정될까 두렵다. 그러한 일은 고용불안 등 먹고 사는 문제의 힘겨움보다 더욱 크게 비정규 노동자들을 짓누르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해 윤리적이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들과 그들의 노동에 대한 모독이다.

 

 

  1. 2014.4.25 김영훈의「매일노동뉴스」칼럼 [본문으로]
  2. 2014.4.24 홍세화의「한겨레신문」특별기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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