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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성과급] 모든 노동자가 '생활의 달인'

고용노동부, 참으로 희한한 이름입니다. 하는 짓을 보면 노동자를 고용주들에게 팔아넘기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고용노동부가 임금체계에 관한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성과급의 장점들을 나열하는 저들의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무식해서일까, 아니면 알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어차피 한 세상 양심 따위는 팽개치고 살기로 한 무리들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성과급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노동'과 '노동력'에 관한 거짓과 진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임금이 '노동'의 가치(또는 대가)라고 말했습니다. [임금 =노동]이라는 말인데요, 예를 들어 100원만큼의 노동을 하면 그 대가로 100원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자, 이렇게 되면 자본가는 이윤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닙니다. 임금은 노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간을 사는 대가로 지급하는 것, 즉 '노동력'의 대가입니다. [임금 = 노동력]

 

100원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00원의 노동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은 200원에 판매합니다. 물건값으로 수중에 들어온 200원에서 100원을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100원은 자본가가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잉여'노동(또는 가치)이며 이 잉여 노동이 있어야만 자본가는 이윤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임금이 노동의 가치라는 주장이 지배하게 되었을까요?

  1. 다른 모든 상품의 매매와 마찬가지로 화폐를 준 만큼 노동을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보통 열심히 일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고들 말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2. 노동은 후불입니다. 모든 상품은 선불 또는 맞거래를 하지만 노동은 보통 한달의 기간을 두고 후불로 받습니다.

  3. 그러므로 노동자가 도대체 얼마의 가치를 만들어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성과급]제 임금

 

노동자가 하루에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 즉 노동의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것을 성과급제 임금이라고 합니다. 생산물 한 개당 임금은 노동력의 하루 가치(임금)를 평균적인 노동자의 하루 생산량으로 나눈 값입니다. 

[생산물 1개당 임금 = 노동력의 하루 가치 ÷ 평균적인 노동자의 하루 생산량]

 

 

[그림]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김수행 저, 두리미디어)의 내용 중.

노동력의 하루 가치(임금)가 12,000원이고

함께 일하는 평균적인 노동자가 한다면

☞ 생산물 1개당 임금은 120원일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적인 노동자가 일당을 더 받기 위해 열심히 노동을 해서 하루에 200개를 만든다면, 산수 계산으로는 그 노동자는 24,000원을 벌 수 있겠지만 임금은 제자리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가 1개를 만들고 받는 임금은 기존의 120원에서 60원으로 하락하는 결과가 됩니다.

 

 

 ▷ 성과급제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이유

  1. 불량품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므로, 노동의 질을 통제할 수 있다.

  2. 평균 생산량을 생산하지 못하면 노동자는 하루의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3. 그러므로 노동자는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게 된다.

  4. 자본가 입장에서 노동에 대한 감독도 필요 없게 된다.

  5. 노동자들의 개성이나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미명 하에 상호 간의 경쟁심을 유발해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한다.

  6. 처음에는 개인의 일당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생산물 1개당 임금이 인하되어 하루 일당이 감소한다.

  7. 궁극적으로 자본가는 하루 8시간의 동일한 임금을 주면서도 더욱 큰 생산량을 얻게 된다.

  8. 노동자들은 옆을 볼 겨를도 없이 일 하게 되고, 각자의 성과를 내야 하므로 노동조합의 기능이 무력화된다.

 

함 정

 

하루 8시간 일해서 8개의 빵을 만드는 노동자가 임금으로 8만 원을 받습니다. [1개 만드는 노동 = 10,000원]

성과급 도입 후 열심히 일해서 하루 8시간 동안 12개를 만들고 임금으로 8만 원을 받습니다. [1개 만드는 노동 = 6,700원]

☞ 자본가는 이전에 비해 1개 당 3,300원의 추가 이윤이 남습니다.

 

너무 속이 보인다고 생각한 자본가는 하루 임금을 10만원으로 올려줍니다. [1개 만드는 노동 = 8,300원]

☞ 인심 후한 사장님이라는 칭찬까지 듣게 된 자본가의 1개당 추가 이윤은 2,700원입니다.

  • 이제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 하지만 그나마 1개당 임금으로 1만 원을 받던 시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 노동자는 수입이 이전보다 늘은것 같아 왠지 뿌듯함을 느낍니다.

  • 집 평수를 넓힐수 있을 것 같고, 차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불현듯 생깁니다.

  • 그러나 몸은 망가지고 여가 시간은 없으며 동료들이 모두 경쟁상대로 보입니다.

  • 뭔가 속은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 그냥 열심히 일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모든 국민을 생활의 달인으로 내모는 정부

 

정부, 특히 고용노동부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의 부처는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줄이고 성과급을 위주로 임금 지급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합니다. 미리 입을 맞춘 건지 재계는 즉각 환호를 합니다. 기본급을 줄인다는 것은 위의 예에서 하루 8만 원 받는 노동자의 임금을 그 이하로 낮추겠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만히 앉아서 임금이 줄어드는 데다가 성과급을 통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노동자는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기본급 줄여서 이윤 늘리는 한편 노동자들이 알아서 열심히 성과를 내줌(셀프 착취)으로 인해 추가로 이윤을 늘려주는 무지개 너머 행복한 세상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러니 즉각 환영할 수밖에요.

 

방송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늘 마음이 아픕니다. 어느 비정규 여성 노동자는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집에서 밤늦게까지 초등학생 아들과 연습을 합니다. 동료들이 1시간에 100개를 작업할 때 200개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손이 빠릅니다. 그래서 티브이에 출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는 주인공의 곁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박수를 치는 동료들의 모습이 한 앵글에 들어옵니다. 동료들의 표정을 보면 이렇게 말하는 듯 느껴집니다. "아! 우리도 저 정도 해야 안 잘리게 되는 건가..." 지금의 달인 수준이 언젠가는 그 직장 노동자의 평균적인 생산 수준이 될 날이 올 겁니다. 이것이 성과급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노동을 더 하고도 삶의 질은 추락하는 결과를 말합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의 내용 중 이론적인 것들은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김수행 저, 두리미디어)을 기본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