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과시사

민주노총의 직선제와 총파업, 전망과 절망 사이

감기 등으로 몸에 이상이 온 경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푹 쉬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만 먹어도 낫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조금 더 심한 경우에는 병원을 찾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의 경우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과로 등으로 인한 감기 쯤이야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몸에 침투해 평생을 괴롭히는 지속적인 병마다. 알레르기 같은 경우 병원에서는 두 가지의 완화책을 내놓는다. 주거지를 옮겨 쾌적한 환경에서 살 것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체질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외부와 내부 두 가지의 병행이 가장 바람직 하겠으나 주거지를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면 체질을 바꾸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민주노총 직선제의 의미

 

민주노총은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사무총장에 대한 직접선거를 치렀다. 전체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지도부인 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선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는 목숨 걸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던 우리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도부를 직선으로 뽑는 일이 투쟁 조직인 민주노총과 전체 조합원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민주노총은 2014년 하반기 정세자료집을 통해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이유는 투쟁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며 상층과 현장의 분리가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며 직선제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직선제를 통해 상층과 현장의 일체감을 형성하여 투쟁력을 높인 후 민주노총의 위기를 타개하여 노동탄압세력에 맞서 제대로 된 투쟁을 하겠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현장과 상층의 일체감, 투쟁력의 제고를 통한 위기 돌파라는 설명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하며 신임 위원장의 총파업 구호는 침체된 노동운동진영에 활력을 불어 넣을수도 있겠다.

 

심신이 쇠약해진 사람이 심기일전하여 기합을 외치고 활기차게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것으로 병마를 물리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과연 몸 안에 내재하고 있는 병균을 몰아낼 정도로 체질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아닌가.

 


 

2014년 송년모임에서 활짝 웃는 이명박.<사진출처 한겨레신문>




 

투쟁의 출발점은 내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것부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실력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원인까지 파악한 상태가 '지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의 실력 역시 있는 그대로 인정한 후 나의 현재 실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를 분석해야 한다. 지금 돌파할 수 없다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기의 구호는 'MB아웃' 이었다. 하지만 아웃은 우리들이 당했고 그는 보란듯이 미국산 쇠고기를 씹으며 조소를 날리고 있다.

 

총파업! 듣기만 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가 아닌가. 최소한 60여 만 명에 달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만이라도 총파업을 할 수 있다면 세상에 작지 않은 경종을 울릴것이고 노동자의 삶에 변화의 싹이 틀것이다. 그러기까지 많은 시련과 피해를 입게 될 것이지만 말 그대로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이끄는 지렛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하지만 직선제로 선출된 민주노총의 새로운 지도부 역시 근본적인 원인의 분석과 멀리 내다보는 투쟁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에는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기능 회복해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어떤 인물인지도 모른채 투표소로 향한 조합원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총파업은 고사하고 눈을 부라리는 사용자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노동조합 간부들도 있다. 현장 조합원들은 파업을 왜 하는지 스스로의 고민과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민주노조에서조차 민주주의가 외면당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령이나 규약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사업은 시간 남을 때 하는 것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그나마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많이 알기 때문인지 참여도가 낮다. 그저 얼굴 마주한 사람끼리 잘 지내는 것을 연대라고 아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무엇으로 총파업을 할 것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투쟁력이 높은 조직의 경우에도 그저 몇 사람의 투쟁력으로 이끌어 가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조합원들 안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비민주적인 운영 행태에 의해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그저 남의 일 보듯 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





가장 쉬운 것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과제와 사회정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임자와 지도부, 현장에서의 일들을 빠짐없이 체크하여 지도부와 공유하는 현장간부, 이와 같은 지도부와 간부의 변화에 따라 현장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일체감과 믿음을 가질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간부들의 역량강화 학습을 통해 해당 업종과 관련한 자본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정세교육자료를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짧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조합원들과 수시로 공유하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조합원들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며 진정한 동지로서의 믿음을 바탕으로 학습과 조직활동에 동참하는 기틀이 형성될 수 있다. 멀리 에베레스트 등정은 일단 목표로 남겨두고 오늘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동네 뒷산부터 산책하는 습관을 들인 후 북한산 등에 올라보고 지리산과 설악산을 내집처럼 다닐 정도가 되면 그때 가서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일들이 하루 아침 또는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질수 있을까. 절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가 그리 쉽게 구호로 올 수 있는 것이라면 뭐 그리 힘들게 싸울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욕심만 내다간 북한산에서 구조헬기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직선제의 뜻을 살려야 한다

 

민주노총의 결정에 따라 모든 조합원이 자신의 인식에 의해 자발적 동참하여 60만이 해고되더라도 동요없이 파업을 이어가는 일은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나를 정확히 안 후 적을 정확히 아는 일이다. 명망가를 모셔다 하는 교육이나 지식 전달하는 학습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인으로 거듭나는 교육체제를 만들어 투쟁의 첫걸음을 새로이 준비해야 한다. 직선제로 선출된 지도부의 신선함과 투쟁력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이 부족해 보이고 전략과 전술 모두 없어보인다. 직선제의 이유로 내세웠던 투쟁력 강화를 통한 위기 타개는 요원해 보인다. 과학적 분석과 지속 가능한 전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항생제만 투여할 것인가, 체질을 바꿀 것인가. 우리의 목표는 어디이며 지금 서있는 위치는 또 어디인가.

 

 

 

'노동과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을 돌 보듯 하라는 대통령  (0) 2015.04.07
소개  (0) 2015.03.26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정부  (0) 2015.03.15
강의신청  (0) 2015.03.15
상담신청  (0) 2015.03.15